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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 "자리 박차고 나온게 아니라, 옳은 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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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담판 결렬]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

2·28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섰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 때 보여준 상기된 표정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당초 이날 기자회견은 오후 3시 50분(현지 시각)으로 예정돼 있었다. 기자들은 오전 11시쯤 모여 보안검색을 마치고 오후 1시쯤 기자회견장인 JW 매리엇 호텔에 거의 도착했다. 이 무렵 회담이 결렬되고 기자회견이 오후 2시로 당겨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찬 전 회동에서 보여준 긍정적인 분위기와 대비된 결과라 기자들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느닷없이 인도-파키스탄 충돌 소식을 전했다. 이어 베네수엘라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고 나서야 북한 이야기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매우 생산적인 시간을 같이 보냈지만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가 (협상장에서) 걸어나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대에 같이 나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마이크를 넘겨 추가 설명을 하도록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북한에)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면서 "김정은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 합의를 이룰 수는 없었다"면서 "그 합의를 앞으로 몇 주 내에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가 결국 이번 정상회담이 깨진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향후 "제재를 더 강화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회담 결렬이 자신의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미·북 대화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악수했고, 따뜻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북한이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진 나라라는 점도 수차례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선 언제나 물러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옳은 일을 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사망 사건이 일어난 이후) 나중에야 알게 됐고 그 문제에 대해 유감스러워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정은은 이날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이례적으로 대답했다. 그는 확대회담에서 '비핵화 준비가 됐느냐'는 백악관 출입기자의 물음에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강인선 워싱턴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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