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前변호사 코언 청문회 "그는 사기꾼, 탈세내역 낼 것"
양국 정상만찬 1시간 뒤 공개증언, 핵폭탄급 발언 나올지 주목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진행된 27일 오전(현지 시각·한국 시각 27일 밤) CNN과 NBC, ABC, 폭스 등 미국 방송은 온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의회 공개 증언에 집중됐다. 공교롭게도 그의 공개 증언은 미·북 정상회담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 정상만찬 1시간 남짓 뒤부터 시작된다(한국 시각 27일 자정). 그런데도 CNN은 미·북 정상회담이 아니라 코언의 공개 증언이 몇 시간 남았는지 방송 화면 하단에서 카운트다운했다.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신문은 홈페이지 톱을 모두 미·북 정상회담이 아니라 코언의 공개 증언 기사로 올려놓았다.
코언은 26일(현지 시각) 상원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를 시작으로 28일까지 사흘간 의회에 출석해 트럼프의 각종 비리 혐의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27일에는 하원 개혁감독위원회, 28일에는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증언이 예정돼 있다. 특히 27일 증언은 일반에게 공개됐다.
코언은 트럼프의 '더러운 일'을 다 처리해온 해결사였다. 그의 증언과 제시하는 자료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2016년 대선 기간 중 "트럼프와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에게 입막음용으로 돈을 전달한 것도 그였다. 언론은 트럼프의 구린 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기로 결심한 이상, 어떤 '핵폭탄급 발언'이 나올지 알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코언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며 뮬러 특검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협조하기로 한 작년 11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 참석차 아르헨티나에 있었다. 그 소식에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돼 있던 면담 일정을 줄이 취소했다. 이번 청문회는 대중에게 공개되는 만큼 그때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훨씬 더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담을 불과 2시간 30여 분 남겨둔 시점에 "코언은 수감 기간을 줄이기 위해 거짓말하고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만큼 코언의 증언이 신경 쓰인다는 방증이다.
뉴욕타임스가 미리 입수한 모두 진술서에 따르면 코언은 트럼프가 성관계한 여성에게 입막음용으로 돈을 준 것을 증명하는 은행 거래 내역, 트럼프의 탈세 내역을 입증하는 재정 명세서 등을 청문회에서 제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정상회담을 위한 외유 기간에도 미국 내 시끄러운 상황이 트럼프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과 핵 담판을 벌여야 한다. 트럼프에게는 최악이고, 김정은에게는 최상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가 정상회담을 '외교적 승리'로 포장하기 위해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도 제재 해제 등의 섣부른 양보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와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26일 언론인 티나 브라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번 정상회담을 '돼지 얼굴에 립스틱 바르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돼지 얼굴에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북·미 회담의 성과를 과장해) 꾸밀 수 있다면 그는 '그래, 바로 이것이 우리가 북한과 함께 가려는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할 것이고, 폭스뉴스는 그것을 반복 보도할 것이며, 다른 언론도 그 말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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