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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구독경제, 소비자·기업 모두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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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3

더 편리하고 유연한 소비 가능… 고객 데이터 분석 마케팅에 활용





경향신문

서울 중구 더 플라자에서 1월 24일 열린 넷플릭스의 ‘거실에서 펼쳐지는 엔터테인먼트 킹덤’ 미디어 기자간담회에서 나이젤 뱁티스트 넷플릭스 파트너 관계 디렉터가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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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결제·정산 솔루션 소프트웨어 기업 주오라의 창립자 티엔 추오는 “세상이 제품에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며 “고객에게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모든 비즈니스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독모델은 안정적 수익으로 불황을 이겨내고,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주오라가 만든 ‘구독경제지수’에 따르면 구독기반 사업들의 매출은 S&P500보다 8배, 미국 소매 매출보다 5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클라우드로 쓴 만큼 요금을 내는 종량제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구독 기반 회사들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대표적 사례다. 소프트웨어를 단건으로 판매하던 방식에서 클라우드 상에서 매달 구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반등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하며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실적 발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인 오피스365 구독자는 올해 2분기 기준 3330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0만명 늘었다.

고객 데이터 기반 혁신 가능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 장점이 많다. 모바일 기술과 구독 서비스가 결합하면서 더욱 편리하고 유연한 소비가 가능해졌다. 사람들은 원하는 때 필요한 만큼만 서비스를 이용하고,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은 재고비용이나 감가상각비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가령 기존의 전산시스템이 최대 수요를 예상해서 장비를 갖췄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자원을 활용해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대학 수강 기간이나 명절 열차표 구매 등 트래픽이 몰리는 일정 기간만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더 구매하고 이후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식이다.

클라우드 기반 구독 소프트웨어의 경우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바로 ‘고객 데이터’다. 구독모델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면 마케팅에 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는다고 이름이나 나이를 대지 않듯이 기존에 물건을 파는 방식으로는 기업이 고객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며 “구독모델로 가면 고객을 식별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관계 관리가 실질적으로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기존 매장에서 팔던 공산품도 ‘렌털’ 형태의 구독 서비스로 바꾸면 고객 식별이 가능해지고,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기회가 많아진다. 이 교수는 코웨이를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렌털로 정수기에서 공기청정기, 침대까지 판다. 이 교수는 “구독모델로 하나의 판매에 그치지 않고 다른 상품을 묶어 파는 ‘크로스 판매’와 더 비싼 물건을 파는 ‘업세일’도 가능해진다”며 “고객의 사용정보를 확보하고 고객과의 접촉점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 비용도 줄어 이를 고객 혜택으로 돌리면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

현대차도 구독모델로 유용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 수집으로 특정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량을 분석할 수 있다”며 “이를 신차 개발이나 생산라인 확대를 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소규모 구독모델로 양분 예상”

구독 서비스 모델은 넷플릭스처럼 처음부터 스케일을 키워서 한계비용을 낮추는 방식과 작은 규모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양극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장혁 교수는 “한계비용을 낮추는 방식의 일반화된 구독 서비스와 아주 특별한 서비스를 적은 사람에게까지 제공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굳어지고, 중간지대는 소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SK브로드밴드와 지상파 방송사가 ‘옥수수’와 ‘푹’을 결합한 통합서비스를 내놓기로 한 것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작은 규모에서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모델은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과거 고시촌 근처의 식당에서 한 달 단위로 밥값을 결제하는 방식이 고전적인 사례다. 이 교수는 “구독모델은 꼭 온라인에서 스케일러블한 방식으로만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유통은 원가 부담이 크기 때문에 어렵겠지만 식당이나 미장원과 같은 자영업자들은 구독모델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아침식사 대용으로 샐러드를 월정액으로 판매하는 중소규모의 업체들이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독모델이 성공하려면 가치 있는 콘텐츠, 즉각적인 만족감, 편리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초기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의 이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구독모델을 설계할 때 고객에게 선택할 권리와 편리를 주면서 고정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원 혜택은 장기간 지속가능하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황훈 쿠팡 홍보팀장은 ‘잠금효과’를 누리려면 장기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투자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벤트성 혜택으로 고객을 모았다가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 고객의 신뢰를 잃고, 무모하게 큰 혜택을 주면 사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월정액을 낼 만한 확실한 장점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렌털한다고 할 경우 청소서비스가 함께 붙어야 한다. 단지 제품만 ‘할부 느낌’으로 쓰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대면보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흐름에 맞춰 쉽고 편리하게 구독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판업계는 스트리밍 형태의 구독 서비스가 시장의 문턱을 낮춰 새로운 독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음원시장이 스트리밍으로 재편되면서 플랫폼 업체들에 이익이 집중된 것과 같은 전례를 밟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앨범을 판매하던 때와 달리, 스트리밍의 경우 자본력 있는 회사들의 유명세가 있는 콘텐츠들만 우선 노출될 수도 있다. 출판평론가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구독 서비스에서 출판 유통업자와 창작자가 함께 득을 볼 수 있는 합리적 설계가 초기단계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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