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안에서 복귀설 기정사실화
민주정책연구원장 등 자리 거론
‘역할론’ 제기되지만 본인은 고사
떠난지 오래지 않은데다
‘친문 패권’으로 비칠 우려
‘정부 위기’로 읽힐 수 있어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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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잊혀질 만하면 다시 소환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오늘을 만든 최측근이면서도, 2017년 대선 직후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면서 떠난 양정철이다. 내년 총선을 1년여 정도 앞둔 시점,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양정철 소환설’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 것일까. 스스로 만든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 같지도 않다. 10일치 <동아일보>를 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이라는 구체적인 자리까지 거론됐다. 당사자가 고사하자 여론을 일으켜 압박하는 모양새다. 마치 이래도 피해다닐 거냐 라는 식의.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내 정치권에서는 ‘양비’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그의 복귀는, 이 보도를 기점으로 해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는 섣부른 관측도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젠가는 정치권으로 돌아오겠지만 그 시점이 가깝지는 않을 것 같다. 민주당과 청와대 일각에서 그의 복귀를 주장하는 근거보다는, 아직 이르다는 반론이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떠난 시점이 채 2년도 되지 않았다. ‘집권 3년차’라는 표현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5년 임기의 절반을 이미 넘긴 것 같지만, 문 대통령은 올 11월 반환점을 돈다. 물론 ‘정치 시계’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인 내년 총선이 끝나면 후반전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둘째, ‘양비의 귀환’이 민주당 내부 역학관계에 끼칠 영향이다. 현재 민주당은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질서정연하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역동성이 부족하다. 당청간의 소통이 원활하며 ‘민주당 정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여소야대라는 한계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당청관계,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맡았던 시절 ‘친문 대 반문 갈등’의 학습효과도 있다. 현재 이해찬 대표-홍영표 원내대표 체제에 차기 원내대표도 친문재인 성향이 강한 김태년 의원이 유력한데, 여기에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까지 가세하면 “자기들끼리 다해먹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면서 균열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작용이 강하면 반작용도 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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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양비의 귀환’은, 그의 능력 여부와 무관하게, 문재인 정부의 위기로 읽힐 수 있다. 집권 3년차는, 기대가 성과에 대한 평가로 바뀌는 시점이라 일자리 등 고용지표를 포함한 소득주도 성장에서, 남북관계에서, 권력기관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보수 야당·언론의 공세가 거세지고 ‘살아있는 권력’을 잡아넣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일부 법조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넘나들고 비교적 견고한 편이다. ‘다이나믹 코리아’에서 한 치 앞도 못보는 곳이 정치라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음 총선은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를 밑돌 삼아 돌파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 전 비서관을 바로 복귀시킬 경우에는 ‘사정이 얼마나 다급하면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1등 공신이라는 사람을 지금 시점에 바로 투입하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청와대 개편 때, 개각 때, 그리고 주요 선거가 닥칠 때마다 그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문재인을 만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측근 참모가 등장할 시점은, 문 대통령이 정말 필요로 할 때다. 문 대통령의 참모들이 줄줄이 빠져나갈 시기가 몇 차례 있다. 올 9월께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참모들이 나갈 테고, 내년 총선 이후엔 2022년 3월 대선을 준비하는 ‘미래 권력’의 캠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또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시기 구분으로는, 혁신기-도약기에 이어 ‘100대 국정과제 완수와 지속가능한 혁신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안정기에 접어든다. 그런데 정작 이 안정기가 불안정할 수 있다. 집권 후반기인데다 문 대통령을 보좌하며 안정기의 목표를 실현할 핵심 참모들이 부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을 곁에서 돕고 싶으나 그럴 수 없어 떠났고, 일본과 미국, 뉴질랜드 등을 오가며 마음 고생을 하고 있을 ‘양비’도 권력의 생로병사를 모를 리 없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이라는 중책을 제안받고도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한 이유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의 성정으로 미뤄볼 때 여러 밤을 새우고 있을 것 같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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