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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기자수첩]정치의 덫에 갇힌 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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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영국이 40여년 함께했던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 못했다. 다음달이면 배낭여행족은 영국에 입국할때 긴줄 뒤에 서 있어야 할지 모른다.

시작은 정치적 이유였다. 영국 저성장에 대한 우려, 이미자들의 무임 승차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진 틈을 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내부적으로 보수당의 지지를 확보할 뿐 아니라 외부적으론 선거 유세에 유리하단 판단이었다. 그 계산은 먹혔고 보수당은 집권 23년 만에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선거엔 승리했지만 캐머런 전 총리도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과 불확실성,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았다. 국민투표를 실시하더라도 부결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의 예측과 달리 52%의 찬성표를 얻어 2016년, 브렉시트는 현실이 됐다.

설마하는 일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바로 노딜 브렉시트다. 준비없는 이별은 유럽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 영국이 이것만큼은 막을 것이라 생각됐지만 돌아가는 사정은 그렇지 않아 뵌다. 영국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하자는 야당 안건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EU가 제시한 브렉시트 시한 연장안도 거부했다.

혼란이 불 보듯 뻔한 길을 가는 데에도 정치논리가 작용했다. '당장 출혈이 있겠지만 대영제국의 먼 미래를 생각하면 지체없고 완전한 단절이 맞다'고 주장하는 강경 보수세력을 의식, 메이 총리 선택지는 좁을 수 밖에 없었다. 섣불리 이들과 등 졌다간 당내 분열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실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민생은 뒷전이 됐다는 것. 문제는 민생은 뒷전이 됐다는 것. 영국에 투자했던 자동차 업체 몇곳이 떠나면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 당장 영국인들은 어머니날(3월31일) 꽃선물을 못 할 수도 있다. 영국은 새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시간도 준비도 부족하다.

애초에 민생 전체가 걸린 사안을 쉽게 표팔이에 써먹은 정치 탓이 크다. 부화뇌동해 깊은 고민 없이 덜컥 가결시킨 영국 국민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브렉시트로 대영제국은 부활할까? 알 수 없지만 당장 눈앞에 고통이 크다는 것은 명확하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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