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미래 이끌 AI 연구센터, MIT 못지않게 지어달라" 90세 기업인 500억 쾌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서울대에 본지 신년 기획기사 보고 결심

조선일보

김정식(90·사진) 대덕전자 회장은 한국 전자 산업의 산증인이다. 1965년 회사를 설립해 흑백 TV, PC,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인쇄 회로 기판을 생산했다. 김 회장이 세운 대덕전자는 지난해 매출 9600억원에 직원 2300명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18일 'AI(인공지능) 센터' 신축에 써달라며 예금 등 사재(私財) 500억원을 서울대 공과대학에 기부했다. 김 회장이 서울대에 기부한 금액을 합치면 657억원으로 서울대 개인 기부자 중 최고액이다. 김 회장은 노환으로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입원해 있다. 17일 병원에서 만난 김 회장은 "4차산업 시대에 하드웨어 개념은 사라졌고, 모든 공학 분야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해야 한다"며 "4차산업을 따라가야 하는데 대학이 그대로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김 회장은 "조선일보 신년 기획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올 1월 1일 자에 실린 '질주하는 세계―대학'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편이다. MIT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들여 AI를 가르치고 다른 학문과 융합하는 'AI 단과대'를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김 회장은 다음 날 회사 기획실에 "MIT의 AI 대학 사업을 정리해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자료를 검토한 후 AI 연구 시설을 짓겠다는 서울대 공대 차국헌 학장에게 연락해 500억원 기부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나 스스로 확신하지 않았다면 1억원 정도만 내지, 그 이상은 협조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 아들인 김영재 대덕전자 사장은 "50년간 전자 산업을 경험하신 아버지는 '우리 산업이 추격형이 아니라 선도형으로 바뀌어야 하는 변곡점'이라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며 "그 도전을 뚫고 갈 인재, 교육이 필요하다며 '학교에 숙제를 내신다'고 하셨다"고 했다.

김 회장은 1948년 서울대 전기통신공학과(현 전기·정보공학부)에 입학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휴학하고 호텔 웨이터로 일했다. 대학 재학 중 6·25전쟁이 터져 공군 통신장교로도 복무했다. 군(軍) 전역 후 학업을 마치고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1991년에는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해 이공계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전국 대학 20곳의 공대 도서관을 짓는 데 328억원을 후원했다.

[이정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