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발리스' '문학과 종교' 펴낸 독문학자 김주연 명예교수
"우리 문단, 기독교에 무지" 비판
김주연 전(前) 한국문학번역원장은 “19세기 이후 인간 욕망을 미세하게 들여다본 인본주의에서 벗어나 더 높은 정신의 지평을 보자”며 기독교 문학 부흥을 호소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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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문학사에선 불교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 그런지 기독교 문학이 빈약해 보인다.
"19세기 후반 이후 서구 문학이 '신(神)의 죽음'을 추종했다. 그것을 수입하다 보니 우리도 현대 문학은 당연히 '반(反)기독교'라고 착각해왔다. 기독교를 향한 지식인층의 거부감도 크다 보니 불교나 유교에 비해 정신적 교류도 활발하지 않다. 하지만 문학과 기독교는 원래 고향이 같았다. 인간 구원을 두고 라이벌 관계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엔 종교와 합일을 이룬 문학이 새로운 독창성을 과시할 것이다."
―한국 기독교 문학이 살 길은 무엇인가.
"한국 문학을 기독교 관점에서 풀이한 비평이 지금껏 빈약했다. (독실한 신자였던) 황순원 문학을 기독교 문학의 관점에서 제대로 조명한 적이 있는가. 신학을 전공한 소설가 이승우를 비롯해 조명할 작가들이 적지 않다."
―번역서 '문학과 종교' 해설에선 국내의 서양 문학 연구자들도 기독교에 무지하다고 지적했다.
"단테의 '신곡' 파스칼의 '팡세' 괴테의 '파우스트' 모두 기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전공자들은 대부분 '인본주의' 관점에서 강의하고 번역한다. 기독교를 모른 채 서양 고전문학을 연구하는 것은 자칫 원전을 왜곡할 수 있다. 카프카의 소설에서 핵심 개념인 '율법'은 유대교와 기독교 관점에서 다뤄야 하는데, 국내에선 그냥 '법'이나 '규칙' '법칙'으로 번역된다. 기독교도가 소수인 일본에서 카프카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고 하지만, 기독교 관점에서 이해하는 풍토가 없다 보니 수박 겉 핥기란 느낌을 받았다."
―연구서 '노발리스'에 부제 '낭만주의 기독교 메르헨(Märchen)'을 붙인 까닭은?
"독일어 '메르헨'은 민담이나 동화를 뜻하지만, 노발리스는 소설 '파란꽃'을 통해 메르헨을 문학 장르로 만들어냈다. 동화와 현실이 뒤섞여 환상적인 낭만주의 문학을 정착시켰다. 또한 기독교 논리에서 초현실적 경이로움을 통찰하고자 했다. '파란꽃'은 18세기 문학이지만, 미래 문학의 방향도 제시한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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