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해 10억여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으나 승소한 최영미 시인이 15일 오후 선고공판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오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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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윤)는 고 시인이 최 시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최 시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허위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최 시인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최 시인은 재판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제가, 우리가 이겼다"며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다.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최 시인은 또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문단의 원로들이 도와주지 않아 힘든 싸움이었다. 용기를 내어 제보해준 사람들, 진술서를 쓰고 증거자료를 모아 전달해준 분들의 도움이 컸다"며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선 사람은 반성하기 바란다"고 했다.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최 시인이 2017년 9월 계간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게재한 시 ‘괴물’을 통해 제기됐다. 최 시인은 '괴물'에서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고 표현했다. ‘En선생’이 고 시인을 암시한 이 시가 지난해 2월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논란이 되면서 문화계 미투 운동이 확산했다.
최 시인은 이후 한 일간지를 통해 고 시인이 1992~1994년쯤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고 시인은 그러나 지난해 3월 영국 출판사 '블루덱스북스'(Bloodaxe Books)를 통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일부 인사들이 내게 제기한 상습적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 단호히 부인한다"고 했다. 이어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최 시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총 10억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다음은 최영미 시인의 입장문 전문
제가, 우리가 이겼습니다!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됩니다
진실을 은폐하는데 앞장 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랍니다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문단의 원로들이 도와주지 않아서,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제보해준 사람들, 진술서를 쓰고 증거자료를 모아 전달해준 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가 없었다면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미투시민행동을 비롯한 여성단체들, 그리고 사명감과 열정이 넘치는 훌륭한 변호사님들을 만난 행운에 감사드립니다.
저를 믿고 흔쾌히 사건을 맡은 여성변호사회의 조현욱 회장님, 준비서면을 쓰느라 준비하신 차미경 변호사님, 안서연 변호사, 장윤미 변호사, 서혜진 변호사님.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노우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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