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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트럼프의 패배로 끝나는 장벽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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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CNN, “트럼프가 장벽 예산안 서명할 것”

트럼프, “셧다운 보고싶지 않다” ‘종전’ 의사

장벽 예산, 트럼프 요구액의 4분의 1 불과

민주당과 펠로시, 트럼프 제동에 성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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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 등 극한적 대치의 소재가 된 ‘장벽 싸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로 끝나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한 예산안에 다른 변수가 없다면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그의 계획을 잘 아는 인사가 전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3일 보도했다. <시엔엔>(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공화당의 타협안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11일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비 13억7500만달러(약 1조5464억원)가 포함된 예산 합의안을 잠정 타결했다. 장벽 예산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예산(57억달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 기자들에게 “나는 셧다운을 보고 싶지 않다. 셧다운은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이 하는 모든 일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법안이 넘어오면 들여다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예산안에 대해 “아주 좋은 타결”이라며 대통령이 서명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비가 대폭 깎인 예산안을 수용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서명을 또 거부하면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커질 우려가 있는데다, 현실적으로 원하는 수준의 장벽 예산을 확보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한 관리는 장벽 건설을 강경하게 반대해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달 장벽 건설에 1달러를 배정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며, 13억7500만달러를 확보한 것도 ‘성과’라고 평가했다.

예산안은 미국-멕시코 국경인 리오그란데계곡을 따라 차량 진입 방지 울타리 및 제방 벽 88㎞를 세우는 데 드는 13억7500만달러 외에 국경 보안 강화를 위한 추가 예산도 담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자금을 장벽 건설비로 전용할 수 있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 관리는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회 승인 없는 예산 전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예산안에 서명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장벽 건설비를 계속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 내용을 담은 예산안은 이미 지난해 말 셧다운 사태가 벌어지기 전 민주당 쪽에서 타협안으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연초 출범한 새 의회에서 자신의 역점 정책에 관해 대패를 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서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예산안에 지뢰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체면을 깎이지 않기 위한 발언으로 들린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확실한 제동을 걸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싸움을 주도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맞설 수 있는 지도력과 전투력을 보여줬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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