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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트럼프, 주한미군 방위비 부풀리며 또 한국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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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화해 분담금 5억달러 더 내… 더 올릴 것" 또 인상 요구

올해 실제 인상분은 7000만달러… 전문가 "자기 업적 과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의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그것(분담금)은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이 지난 10일 한국의 올해 분담금을 '1조389억원(유효 기간 1년)'으로 정한 협정에 가서명한 지 이틀 만에 직접 추가 인상을 압박한 것이다. 이르면 올 상반기 개시될 다음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의 요구로 그들(한국)은 5억달러(약 5600억원)를 더 내는 데 동의했다. 전화 몇 통으로 5억달러"라며 "왜 이전에 더 부담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했다. 통화 상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우리가 한국에 쓰는 비용은 연 50억달러인데, 한국은 약 5억달러를 지불해왔다"며 "그것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 더 오를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 정부의 작년 방위비 분담금은 9602억원(약 8억6000만달러)이었고, 올해 인상분은 787억원(약 7000만달러)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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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 착오로 잘못된 수치를 언급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가 언급한 50억·5억달러는 근거 없는 수치"라면서 "이번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업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이날 방위비 관련 발언은 각료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무역 협상 성과 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함께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 미군 관련 '숫자 부풀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도 "한국에는 4만명(실제 약 2만8000명)의 미군이 있다. 그것은 매우 비싸다"며 수치를 과장한 전례가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들에겐 자신의 치적을 과장하는 한편 한국에는 내년도 분담금을 대폭 늘리겠다는 압박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미측은 지난해 협상 초기에 기존 분담금보다 약 50% 많은 1조4400억원을 요구했던 만큼 올해도 대폭 증액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10일 가서명 후 한·미 간 추가 협의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부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정 기한은 1년이지만, '합의를 통해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부속 합의문에 들어가 있다"며 "(내년) 인상을 너무 기정사실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차 이날 출국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수치의 배경을 알아볼 필요는 있겠지만 양국 간 합의한 액수는 1조389억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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