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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무대 돌아온 송일국 “당신의 위선을 까발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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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대학살의 신’ 재도전

애들 싸움이 부모 싸움으로 커져

어머니 김을동에 연기 지도 자청

“세쌍둥이 이제 TV 안나옵니다”

중앙일보

2년 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한 배우 송일국. 오는 16일 ‘대학살의 신’ 개막을 앞두고 ’다시 관객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며 ’쉬는 동안 쌓였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를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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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일국(48)이 무대로 돌아온다. 16일부터 3월 2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자수성가한 생활용품 도매상 미셸 역을 맡았다. 그의 연기는 2년 만이다. 2017년 같은 작품에 출연한 이후 한동안 공백기를 보냈다. 공연 개막을 앞두고 만난 그는 “연기를 하며 너무 행복했던 작품이다. 2017년 출연진 그대로 다시 뭉친다고 해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기를 쉬는 동안 그는 프랑스 파리에 머물렀다. “판사인 아내의 해외 연수 일정에 맞춰 세쌍둥이 아들들과 함께 ‘가족 재발견’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값이 싼 와인을 원 없이 먹다 보니 체중이 10㎏이나 늘었다”는 그는 “미셸 캐릭터에는 살찐 모습이 어울린다. 어차피 쪄야 했다”면서 웃었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쓴 ‘대학살의 신’은 11살 두 소년의 싸움에서 시작되는 블랙 코미디다. 때린 아이의 부모인 알랭(남경주)·아네트(최정원)와 맞은 아이의 부모 미셸(송일국)·베로니크(이지하)가 만나 벌이는 설전을 통해 가식과 위선 속에 감춰져 있던 인간의 민낯을 보여준다. 2008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뒤 2009년 토니 어워즈(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올리비에 어워즈(최우수 코미디상) 등을 휩쓸며 세계 공연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이다.



Q : 활동 공백기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A : “완전히 가족하고만 지냈다. ‘이케아 박사’가 됐을 만큼 집안 살림도 잘하게 됐다. 여행도 많이 했고, 박물관·미술관도 많이 다녔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파리에 사는 동안 TV는 전혀 보지 못했다. 어머니(김을동)는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TV를 열심히 보셨다. ‘연기도 트렌드야. 내가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드라마를 보는 거야’라고 하셨는데, 나는 TV를 완전히 끊은 셈이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TV를 사지 말자는 아내 말을 따라서다. 하지만 가족들과 가깝게 부딪혔던 시간 덕에 디테일한 연기를 좀 더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중앙일보

연극 ‘대학살의 신’. 이지하·송일국·최정원·남경주(왼쪽부터) 배우가 출연한다. [사진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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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자체가 연기 훈련 과정이었다는 얘기였다. 2008년 결혼한 아내와 언성 높여 싸워본 것도 파리에서가 처음이었다. 지난해 12월 ‘대학살의 신’ 연습을 시작하며 그 효과를 제대로 실감했다. 그는 “극 중 아내와 싸우는 장면을 연기할 때 2017년엔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만 질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싸우는 중에도 수축과 이완의 순간이 있다는 게 보이더라”고 했다.

송일국은 연기 경력 22년차 배우다. 1998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주몽’ ‘애정의 조건’ ‘장영실’ 등 히트작은 주로 TV 드라마다. 2014∼2015년 세 아들을 데리고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그의 대표작이 됐다. 연극은 ‘대학살의 신’과 2010, 2011, 2014년 출연한 ‘나는 너다’ 가 전부다. 하지만 그가 연극을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연극은 내게 수업이다. 그것도 돈 받는 수업”이라며 “감사한 마음에 늘 간식 담당을 자처한다”고 말했다.



Q : 연극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



A : “배우로 다시 태어났다. 2010년 첫 연극 ‘나는 너다’를 하면서 내 한계를 여실히 느꼈다. 리딩 연습까지는 그냥 넘어갔는데 블로킹(동선) 연습이 시작되니 바닥이 드러났다. 할 수 없이 어머니를 찾아갔다. 어머니는 ‘프로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유명했다. 유동근·박상원·전광렬 선배 등이 우리 집에 와서 연기를 배웠다. 나는 ‘어머니의 연기 재능이 나한테 없다’고 생각해 어머니에게 연기를 배우기 싫었다. 하지만 ‘똥줄이 타는’ 상황이 되니 어쩔 수 없었다. 연습을 마친 뒤 어머니 집으로 퇴근해 동작 하나하나 맞춰가며 새벽까지 연습했다. 어머니도 ‘가르쳐서 보내야 욕 안 먹을 텐데’라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함께 무대에 선 박정자 선생님에게도 배운 게 많다. ‘연습할 때는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하지만 무대에서 관객을 만날 때는 누구도 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셨다.”


‘송일국’이란 이름 앞에는 늘 가족의 이름이 붙어있다. ‘김두한 손자’ ‘김을동 아들’에서 이젠 ‘삼둥이 아빠’로 통한다. 가족의 이미지가 늘 따라다니는 상황에 대해 그는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을 데리고 TV에 나올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세쌍둥이 대한·민국·만세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이들 근황을 묻자 “같은 배에서 동시에 태어났는데 완벽하게 다르게 자란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첫째는 모범생 스타일, 둘째는 말을 잘하고, 셋째는 감성적”이라고 말했다. 또 “프랑스 유치원을 다녔는데도 프랑스어는 못한다. 세 명이 한 반에 있다 보니 도리어 프랑스 아이들과 선생님이 한국어를 배웠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Q : 앞으로 활동 계획은.



A : “특별한 것은 없다. 배우는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받는 사람이다. 선택을 받으면 감사하게 생각하며 연기한다. 그동안도 작품을 골라본 적이 없다. 나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노력으로 커버하는 배우다.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중단하지 않고 실제처럼 하는 연습)부터 실제 공연을 매회 다 녹화하고 집에 가서 다시 보며 고칠 점을 찾는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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