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뉴스 신민경 기자]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 기업 다수(70.8%)가 포괄임금제의 원칙적 금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 중 태반(57.9%)이 일반 사무직, 영업직, 연구개발 직 등의 직군에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가운데, '근로시간 산정 애로'가 주요 반대 이유로 꼽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 2017년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포괄임금제 실태를 조사했다. 총 응답기업 195곳 중 113곳(57.9%)이 포괄임금제를 도입했고, 82곳(42.1%)은 도입하지 않았다.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기업 113곳 중 55곳(48.7%)은 근로계약에 근거를 두고 포괄임금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취업규칙 33.6%(38곳), 단체협약 9.7%(11곳), 기업 관행 2.7%(3곳) 등에 근거를 두고 포괄임금제도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제 적용 직군은 일반 사무직이 94.7%(107곳)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영업직 63.7%(72곳), 연구개발직 61.1%(69곳), 비서직 35.4%(40곳), 운전직 29.2%(33곳), 시설관리직 23.0%(26곳), 생산직 13.3%(15곳), 경비직 8.0%(9곳)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포괄 임금제에 포함되는 임금항목은 연장근로 수당 95.6%(108곳), 휴일근로 수당 44.2%(50곳), 야간근로 수당 32.7%(37곳) 등으로 조사됐다. 이는 다수 직군에서 광범위하게 포괄임금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산업현장 실태를 반영한 결과로 읽힌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역 일대 부근(기사내용과 무관) ⓒ신민경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포괄임금제를 실시하는 이유에 관한 조사에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0.2%(68곳)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금계산의 편의를 위해서'가 43.4%(49곳), '기업 관행에 따라서'가 25.7%(29곳), 연장근로나 휴일근로가 상시적으로 예정되어 있어서'가 23%(26곳),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8%(9곳) 순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원인으로는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해서'가 89.7%(61곳)로 제일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주로 사업장 밖에서 근로해서'가 36.8%(25곳), '대기시간이 많은 근로라서'는 8.8%(6곳), '자연조건에 좌우되는 근로라서'가 5.9%(4곳)를 기록했다.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70.8%(80곳)가 반대했다. 29.2%(33곳)는 찬성했다. 반대로 응답한 80곳 가운데 86.3%(69곳)은 반대 이유로, 예외적 허용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서 시장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실근로시간 측정 관련 노사갈등 심화 52.5%(42곳), 기존 포괄임금 금품의 기본급화 요구 33.8%(27곳), 미지급 초과근로수당 환급 소송 증가 26.3%(21곳), 인건비 증가 22.5%(18곳)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찬성으로 응답한 기업 33곳 중 51.5%(17곳)은 실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42.4%(14곳)은 근로시간 단축 기조를 역행한다는 점에서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21.2%(7곳)은 포괄임금제에 따른 임금 과소지급 등을 우려키도 했다. 이와 관련, 한경연은 "사실상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에 대한 구체적 지침 마련이 불가능한 만큼 산업현장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면서 "포괄임금제의 금지에 대해선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괄임금제도 원칙 금지 이전에 필요한 사전제도 정비방안에 대해선 '일반 사무직 근로자를 재량근로시간제(업무방식 등을 근로자 재량에 맡기고, 노사가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 하는 제도)대상에 포함'이라는 응답이 54%(61곳)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6개월 이상 계도기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39.8%(45곳)로 많았다. 36.3&(41곳)은 고소득근로자를 대상으로 화이트칼라이그잼션 제도(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받는 관리직, 행정직, 연구개발 등 전문직, 컴퓨터직, 외근영업직 근로자 등에 대해서는 초과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선택적근로시간제(특정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에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하 여 1개월 정산기간 동안 주당 평균근로시간을 기준근로시간(40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 정산기간을 연장하자는 의견도 36.3%(41곳)로 나타났다. 연장 근로수당 할증률 인하를 주장하는 기업도 16.8%(19곳)의 비율을 보였다.
앞선 1998년 일본은 기획, 분석, 조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무직 근로자는 근로시간을 스스로의 재량 하에 결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재량 근로시간제 대상에 포함시켰고, 지난해 5월 노동기준법을 개정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3개월로 연장하고, 증권애널리스트 등 연봉 1075만엔 이상을 받는 고소득 전문직근로자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대해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실제 기업에서는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으로 불가피하게 포괄임금 제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면서 "산업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채 '포괄임금제 금지'를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근로시간의 자율성이 중요한 만큼 일본 등의 사례를 감안해 재량근로시간제 대상 확대,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 등의 제도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Copyright ⓒ 온라인 디지털 경제미디어 키뉴스(K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