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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미 버지니아주 ‘톱3’, 번갈아 인종차별 논란에 성폭행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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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검찰총장, 대학생 때 흑인 분장…흑인 부지사 ‘미투’

고질적 흑백 갈등에 정파별 탄핵 주장 엇갈려 민주당 ‘난감’

미국 버지니아주의 주지사, 부지사, 검찰총장 등 선출직 ‘톱3’가 과거 인종주의적 행동과 성폭행 의혹 등에 휩싸였다. 미국의 고질적인 흑백갈등 사안에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의 충격파가 더하면서 미국 정가의 위선과 분열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1일 백인인 랠프 노덤 주지사의 의대 졸업앨범에 백인 우월주의 결사단인 큐클럭스클랜(KKK) 복장과 흑인 분장을 한 남성이 서 있는 사진이 수록돼 있는 사실이 보수 성향 언론매체에 공개된 것이었다. 노덤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으로 2017년 11월 선거에서 당선됐다. 사진이 공개되자 흑인과 백인,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노덤 주지사에 대한 사퇴 요구가 끓어올랐다. 버지니아주는 2017년 극우단체 집회 현장에서 백인 우월주의 성향의 남성이 이를 반대하는 시민을 공격해 사상자를 낸 ‘샬러츠빌 사태’가 벌어진 곳이다. 버지니아주 역사상 2번째 흑인 출신 부지사로 선출된 저스틴 페어팩스는 “우리는 우리를 단결시킬 능력이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면서 우회적으로 노덤 주지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마크 허링 검찰총장은 노덤 주지사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민주당 내 흑인들은 내심 노덤 주지사의 자진사퇴로 페어팩스 부지사가 주지사직을 승계하는 상황을 기대했다.

이틀 뒤인 3일 페어팩스 부지사로부터 2004년 성행위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페어팩스 부지사는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주장했다. 허링 검찰총장도 6일 1980년대 대학 재학 시절 흑인 분장을 한 적이 있다고 시인하며 사태에 휘말렸다. 같은 날 페어팩스 부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두번째 여성이 등장했다. 3명 모두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민주당으로부터 백인 우월주의 및 여성 비하에 대한 비난을 받아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터에 “세 사람이 공화당 소속이었다면 훨씬 엄격한 조치가 내려졌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미국 언론은 이번 사태로 미국 주류 정치권의 모순이 드러났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으로서는 버지니아주의 백인 ‘톱2’가 인종주의적 행동을 인정하고도 사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흑인 지도자를 탄핵해야 하느냐는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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