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로 마비환자 의사표현 읽어내
장애극복할 기술 기대속 연구 활발
“불평등과 착취 가능성” 윤리 논란도
뇌-컴퓨터 연결 연구 현주소
머릿속 생각을 기계로 읽어내는 공상과학영화 속 기술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니마 메스가라니 교수 연구진은 뇌의 신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29일 과학저널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었다.
연구진은 뇌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뇌에 전극을 삽입해, 피험자들이 귀로 듣고 있는 내용을 인공지능 음성인식 소프트웨어가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피험자들은 0부터 9까지 40차례 숫자를 들었다. 뇌에 심은 전극과 연결된 인공지능은 이를 인지하고 음성으로 재현했는데, 인공지능은 75%의 정확도를 보였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발작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기 위해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한양대 생체공학과 임창환 교수 연구진은 생체신호인 뇌파를 이용해 ‘예’, ‘아니오’ 정도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1년 이상 의사소통을 못한 완전감금 증후군 환자에 적용한 결과 87.5%의 정확도로 의사 표현에 성공했다. 임 교수의 연구는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뇌의 신호를 읽을 수 있는 연구는 의사 표현 능력을 잃은 장애인들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꿈의 기술로 기대받는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와 인공지능 기술에 힘입어, 블랙박스였던 뇌 활동 연구가 새 지평을 만나고 있다. 뇌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 뉴런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각의 뉴런은 수천개의 다른 뉴런과 연결을 형성해 1초에 수백만번의 연결이 일어난다. 뇌 특정 부위에 손상을 입은 사람의 사고와 행동 특성을 관찰해 뇌의 부위별 기능을 파악하는 수준이던 뇌 연구가 도구의 발달로 달라졌다. 생각을 할 때마다 활성화하는 뉴런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산소공급을 위한 혈류가 순간적으로 집중된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는 생각을 할 때 일어나는 뇌의 혈류 집중현상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특정 개념을 떠올릴 때 뇌의 어느 영역에 혈액공급이 일어나는지를 알려준다. 하지만 고가의 거대한 정밀진단장치 속에서 생활할 수 없어 전극을 통해 뇌파를 검출하는 수영모자 모양의 도구(EEG 캡)를 통한 연구도 활발하다. 뇌파와 뇌 혈류 변화 데이터를 수집해도 해석이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기계학습 기능의 인공지능이 적용되면서 뇌 연구가 급진하고 있다.
잭 갤런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2017년 유튜브 시청 실험을 통해 대뇌가 피질 어디에 특정 단어와 개념을 저장하고 인출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뇌 어휘지도’를 <네이처>에 실었다. 미 퍼듀대 류중밍 교수는 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인공지능이 뇌의 시지각 내용을 인지해 영상으로 재현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사람이 얼굴, 새, 비행기, 운동모습 등을 볼 때, 인공지능은 뇌를 읽어내 50%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다. 일 교토대 가미타니 유키야스 교수는 2013년 인공지능이 꿈을 해독하도록 해, 등장인물의 성별과 대상 등에 대해 60%의 정확도를 구현했다. 최근의 연구 진전은 뇌가 언어정보와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구조를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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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2017년 4월 뇌의 언어중추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며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단어를 입력하는 ‘브레인 타이핑’ 기술을 연구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방위고등계획국(DARPA)은 1백만개 전극을 통해 순간적으로 10만개의 뉴런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는 동맥을 통해 뇌에 전극을 심는 게 목표인 뉴럴링크를 설립해 야심찬 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머릿속 생각을 읽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게 해 장애 극복의 길을 기대하고 있지만 기술의 잘못된 사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컬럼비아대 신경과학자 라파엘 유스티를 비롯한 물리학자, 윤리학자, 신경과학자, 컴퓨터과학자 등 27명은 2017년 ‘모닝사이드그룹’을 결성해 뇌-컴퓨터 연결(BCI) 연구가 가져올 위협에 대한 경고에 나섰다. 이 그룹은 뇌-컴퓨터 연결 기술이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기업, 해커, 정부 등이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을 착취하고 조종할 수 없도록 연구윤리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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