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 표방하지만
일당 장기집권·군부는 민정이양 미뤄
독재정권 협력해온 中과 밀착 가능성
中, 경제지원도 확대 적극적 남하정책
지난해 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회 ‘란창-메콩강’ 협력회의(LMC)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
아시아투데이 최서윤 기자 = 동남아시아의 젖줄 메콩강 유역에서 독재화 바람이 불고 있다. 캄보디아·태국·미얀마 등 메콩강 주변국들은 표면적으론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론 딴판이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일인 독재체제를 굳히는가 하면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여러 이유를 대며 민정 이양을 계속 늦추고 있다. 이들의 독재화 추세는 과거 독재 정권과 밀착해온 중국이 메콩강 유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9월 21일 쩐 다이 꽝 국가주석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권력 공백기를 맞았다.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소집, 만장일치로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차기 국가주석 후보로 지명했다. 쫑 서기장은 한 달 동안의 권력 공백을 깨고 지난해 10월 23일 국가주석에 취임했다.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이 서열 2위 국가주석을 겸직하게 된 것. 호주국립대(ANU) 공공정책대학원이 발간하는 이스트아시아포럼은 “쫑 주석이 1969년 베트남 국부 호찌민 전 국가주석 사망 이후 베트남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등극했다”며 “이는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당내 권력을 중앙집권화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캄보디아는 헌법상으론 다당제에 기반한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지난해 7월 총선에서 모든 의석을 싹쓸이했다. 사실상 원내 야당이 전무(全無)한 일당 독재를 실현한 것. 이로써 1985년부터 캄보디아를 통치해온 훈센 총리는 시 주석처럼 절대 권력자의 초장기 집권 시대를 열었다. 그는 2017년 9월 초 “앞으로 10년 더 집권하겠다”고 선언한 뒤 야당과 언론을 탄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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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총선을 앞둔 태국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14년 쿠데타를 통해 권좌에 오른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민간 이양을 위해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5차례에 걸쳐 불발시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태국 차기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군부가 정권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군부가 태국 정치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내용의 제도적 틀을 만드는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진단했다. 미얀마 역시 민주주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가 이끌고 있지만 ‘미얀마 민주화 상징’도 이제 옛말이 됐다.
메콩강 유역 국가들의 독재화 추세는 거대한 이웃국가인 중국이 적극적으로 남하 정책을 펼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이스트아시아포럼은 전했다. 중국은 2016년 ‘란창(瀾滄)강-메콩강’ 협력회의(LMC)를 창설해 메콩강 유역 국가들의 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메콩강 주변국을 포섭한 ‘당근’은 바로 차이나머니. 중국은 메콩강 주변국에 70억 위안(약 1조16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LMC의 표면상 목표는 회원국 간 연결성 제고와 수자원 공동개발이다. 하지만 중국은 평화와 번영의 공동 미래를 위한 구속력 있는 틀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LMC에 대해 당근은 물론 채찍 전략도 쓸 가능성이 높다.
메콩강 주변국들의 독재화 추세는 독재 정권과 긴밀히 협력한 전력이 있는 중국과의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지도자들이 색깔혁명(1990년대 공산주의 붕괴에 따른 비폭력 민주주의 요구 운동)을 뭉개는 것을 도왔고, 아프리카 독재자들에게 경제발전의 대안적 모델을 제공했으며,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않은 메콩강 주변국들은 지역 영향력을 떨치려는 중국의 전략에 쉽게 노출될 여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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