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지시 13분 만에 박모 특감반원이 보고"
"이 특감반장에 수사 조회 지시한 사람 모두 알 것"
"靑,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 비위 의혹 무마"
"흑산공항 반대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찍어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특감반원(전 검찰수사관)은 10일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이 드루킹 김동원 씨가 특검에 제출한 USB(이동형 저장장치)에 대해 알아보라고 텔레그램으로 지시했다"라고 폭로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추가 폭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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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수사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는 내가 경찰청에 찾아가 지인이 수사받는 사건을 조회했다며 감찰을 했으나 진행 중인 수사 상황을 불법 조회한 것은 내가 아니라 청와대"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지인 최모씨 관련 사건을 조회했다는 이유 등으로 검찰의 감찰을 받고 해임됐다.
김 전 수사관은 그러나 "2018년 7월 25일 오전 11시 11분 당시 이인걸 특감반장이 저를 포함한 검찰 출신 특감반원 4명에게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언론 기사를 링크했다"며 "드루킹이 60기가비트의 USB를 특검에 제출했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 반장은 이 기사를 텔레그램 방에 올리면서 특감반원 4명에게 ‘이거 맞는지, USB에 대략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아보면 좋겠는데’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사관은 "이 반장 지시 이후 정확히 13분 후인 오전 11시 24분 박모 특감반원이 (이를) 알아봤다고 보고했다"며 "(박 특감반원은) ‘USB 제출은 사실이고 USB 자료 내용은 김경수(경남지사)와 메신저 내용을 포함해 댓글조작 과정을 담은 문건이라고 합니다’라고 보고했다"고 했다.
김 전 수사관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박 특감반원의 보고내용은 제 휴대전화에서 발견됐고, 증거자료는 동부지검과 수원지법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완벽히 보존돼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이와 같은 지시를 시킨 사람이 누군지 모두 알고 있을 것이지만, 공식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며 "검찰은 주저말고 이 반장을 소환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이 특감반장의 직속 상관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조국 민정수석이다.
◇이언주 "문재인 대통령 자진해서 특검 받아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자진해서 특검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런 연결고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도 모르는 척하며 그냥 있을 일이 아니다"라며 "대선이 여론조작한 것이었고 그 조작에 후보자가 공모했다면 그 당선자가 여전히 대통령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헌법상의 민주공화국 원리와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의 대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만천하에 다 드러난 상황에서마저 전혀 뉘우치지 않고, 김경수 등 범죄자들을 옹호하는 집회를 열고 사법부를 공격한다"며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반성을 모르는 무리로서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 감찰 무마… 환경부 장관 감찰
김 전 수사관은 드루킹 사건 청와대 개입 의혹과 함께 청와대가 유재수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임 시절 저지른 비위사건을 무마해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앞서 TV조선은 2년 전 작성된 청와대 특별감찰반 중간보고서를 입수, 유 부시장이 금융위 국장 시절, 자격 미달 논란이 있는 금융회사를 420억원 상당의 ‘성장사다리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도록 우정사업본부 등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성장사다리 펀드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정부 산하 펀드다.
김 전 수사관은 "(중간보고서 작성 당시)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유재수 전 국장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했지만, 윗선의 지시로 감찰은 중단됐고, 유 국장은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며 "유 국장은 사표를 쓴 후 민주당 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했다"고 전했다.
김 전 수사관은 "유재수 부시장 휴대전화 속에 있는 미국에서 찍은 사진을 통해 벤츠를 2대 소유한 것을 알았다"며 "공무원 봉급으로는 누리기 힘든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유 국장의 비위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했던 모 특감반원은 오랫동안 음해성 투서를 받는 등 시련을 당했으며, 보고서를 작성한 후 만 1년도 지나지 않은 2018년 6월 원대 복귀 통보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수사관은 또 "2018년 9월 이인걸 특감반장과 김태곤 사무관은 나에게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흑산도 공항 건설을 반대하니 즉시 사표를 받아야 한다. 네가 김 장관에 대한 감찰보고서를 써라’고 지시했다"며 "또 흑산도 공항 건설을 심의·의결하는 국립공원위원 명단과, 반대하는 위원이 누군지를 파악해오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는 환경부 장관이 흑산도 공항 건설에 반대하자 장관을 찍어내기 위해 감찰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특감반원들에게 지시한 것"이라며 "그리고 민간위원들 위주로 반대한다는 것을 알고 반대 위원들 명단을 알아오라고 지시한 것인데, 이는 엄연히 위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특감반장의 독단적인 결정은 아닐 것"이라며 했다.
흑산공항은 전남 신안 흑산도 예리 일원 68만 3000㎡에 약 1.2㎞ 활주로를 건설해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소형 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사업비 1833억원을 투입해 2021년 개항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사업구역이 국립공원지역이기에 건설하려면 공원위의 국립공원계획 변경 승인이 필요하다.
공원위의 흑산공항 관련 변경 승인은 2016년 11월 심의에서 ‘보류’ 결정이 나면서 지체됐고, 2018년 9월 19일 파행을 거쳐 10월 환경부가 위원회 심의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진통을 거듭했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첫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2018년 11월 퇴임했다.
한편,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11월14일 비위 의혹을 받고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검찰로 복귀한 후 "청와대 윗선에서 민간인 사찰 지시가 있었다"며 폭로했다.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면서 첩보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하는 등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 전 수사관은 오는 12일 오전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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