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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트럼프의 마이웨이… "무역·국경장벽 더 쌓겠다"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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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국정연설서 "후퇴 없다" 강조… 2020 대선 전략으로 활용 예고

"범죄 종식위해 국경장벽 지을것"… 민주 원내대표에 "더러운 X새끼"

"트럼프가 2020년을 앞두고 반란군에서 현역(대통령)으로 전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5일(현지 시각) 미 의회 연두교서 연설을 두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렇게 평가했다. 영원히 '아웃사이더'일 것 같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년 대선을 겨냥한 듯 '통합'과 '화합'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미국 전체의 대통령 이미지를 과시하려 했다. 하지만 국경 장벽과 무역 전쟁 등을 말하는 곳에 이르자 '후퇴는 없다'는 '트럼프 본색'이 드러났다고 미 언론들이 평가했다.

트럼프의 연설은 '대통령답게' 시작했다. 그는 "오늘 밤 제시할 어젠다는 공화당 어젠다도, 민주당 어젠다도 아니다. 우리 국민의 어젠다"라고 했다. 그가 "경제성장으로 여성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말하는 순간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손뼉을 치자 "아직 앉지 말라. 다음 말도 좋아할 것"이라며 "지금 의회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여성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때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일어나 손뼉을 쳤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트럼프가 내세운 '국민 어젠다'는 무역과 국경에서 장벽을 모두 더 높이 쌓겠다는 것이었다. 경제와 이민 등 주제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년 대선까지 그대로 끌고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연설 주요 대목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USA"를 외쳤고 민주당 의원들은 싸늘하게 침묵했다. 폴리티코는 "이날 연두교서는 대선을 향한 '전초전' 같았다"고 했다. 미 역사상 가장 긴 35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업무정지)을 불러왔던 국경 장벽 문제에서도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무자비한 (범죄) 카르텔, 마약밀매, 인신매매를 종식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의회가 보여줘야 한다"며 "내가 그걸(장벽) 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벽 건설 예산 관련 여야 합의 시한이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2차 셧다운이 될 수 있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무역 협상에서도 '불퇴'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미·중 협상과 관련, "불공정 무역 관행을 끝내고 미국 일자리 보호를 위한 (중국의) 구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가장 우선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수십 년 동안 재앙과도 같은 무역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해 "우리는 중국에 미국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일자리와 부를 빼앗는 일은 끝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2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재무부는 수십억달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협상을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는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만나 무역 협상을 마무리 짓는 '최대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최저 수준인 실업률,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나열하며 "취임 때와 비교하면 미국 경제는 거의 두 배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 "만약 다른 국가가 우리 제품에 불공정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판매하는 제품에 정확하게 같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이른바 '호혜무역법(Reciprocal Trade Act)'의 입법화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석에선 민주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TV 앵커들과 점심을 함께 먹는 자리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더러운 X새끼(nasty son of a bitch)",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바보(dumb)"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연설에 대해 "의회와 국가를 양분할 이민 강경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 연설은 통합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파멸을 묘사하는 불협화음을 보였다"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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