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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트럼프 국정연설 뒤 평양가는 비건…북·미 '배수의 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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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급물살 / "정상회담 반드시 열려야 한다"는 부담 / 난제는 제재완화 접점 찾기

세계일보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설 명절에 북·미간 교섭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비건 대표가 평양을 방문해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주스페인 북한대사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치러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건 대표가 남북 간 경계인 판문점이 아닌, 북한의 수도 평양을 방문한다는 점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간 국면을 타개한다는 상징적 방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가에서는 평양에 미국 공관이 없다는 점을 들어 본국과 소통 면에서 불편함이 있는 것을 미국 측이 감수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직접 전달받을 수 있는 평양에서 회담할 시 북측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받을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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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연합뉴스


비건 대표가 차관급 인사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 면담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건 대표가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사전 조율을 한 만큼, 북측에서도 지난달 워싱턴D.C.에 방문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 정도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함께 제기된다.

비건 대표가 한국 도착 직후인 5일이 아닌 6일로 평양 방문 시점을 늦춘 것도 협상 전략의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에서는 5일 밤(한국시간 오전 6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2차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내용과 비건 대표의 평양 방문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대로 2차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못 박은 뒤 비건 대표가 평양을 방문해 협상을 진행한다면, 이는 양측 모두 “정상회담이 반드시 열려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함을 의미한다. ‘배수의 진’을 친 형국에서 북·미간 대화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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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북한대사.


비건 대표와 김 전 대사는 오는 6일 협상에서 ‘비핵화 실행조치’와 평화체제 구축 관련 ‘상응 조치’의 수준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줄곧 상응 조치(제재완화)에 따른 비핵화를, 한·미는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를 주장하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우라늄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기 및 ‘플러스알파’(+α)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의 조율이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북한이 끈질기게 제기해온 제재완화 요구와 관련한 접점 찾기가 최대 난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평양을 방문할 비건 대표는 지난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앨리슨 후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함께 차량에 올라 외부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평양을 방문하기까지 비건 대표의 동선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따라서 비건 대표는 평양 방문 시 육로를 이용하거나 오산 공군기지에서 군용기를 통해 이동하는 방안, 베이징을 경유해 고려항공을 이용하는 방안, 판문점이나 제3의 장소에서 헬기를 이용하는 방안 등 모든 가능성이 제기된다. 평양 도착 이후에는 6일 당일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돌아오기보다는 평양에서 하루 이상 체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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