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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김명수 하루 늦은 비판 "김경수 판결불복, 법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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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중앙일보

1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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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9시 무렵. 대여섯명의 취재기자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대법원 정문 출입구로 모여들었다. 10분 뒤, 관용차량에서 내린 김명수 대법원장이 기자들 앞에 멈춰섰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과 관련해 여권에서 판결에 불복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대법원장은 준비한 듯 1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도를 넘는 법관 공격, 법관독립·법치주의에 부적절"
김 대법원장은 "판결의 내용이나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건전한 비판을 하는 것은 허용돼야 하고 바람직할 수도 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하지만 그것이 도를 넘어서 표현이 과도하다거나 혹은 재판을 한 개개의 법관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상 보장된 법관 독립의 원칙이나 혹은 법치주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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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지사가 법정 구속되어 구치소 호송버스로 걸어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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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법원 판결에 '불복' 목소리를 잇달아 내놓자 김 대법원장이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지난달 30일 김 지사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에 민주당은 판결을 내린 성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임 시절 비서실 판사로 근무했다는 이력을 거론하며 재판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나선 상태다. 김 지사의 법정구속 다음 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 김경수 지사에 대한 1심 판결 역시 그 연장선상"이라고 밝혔고, 이재정 대변인은 민주당 유튜브 홍보채널에서 성 부장판사에 대해 "본인의 열등감이랄까, 부족한 논리를 앞에서 강설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좀 더 일찍 말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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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사법부를 공격하는 여당의 비판 발언에 김 대법원장이 더는 참을 수 없는 듯 직접 대응에 나섰지만 이를 바라보는 법원 내부의 눈초리가 곱지만은 않다. 비판 타이밍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전날 김 대법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모여든 기자는 이날보다 수배 많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아무 대답도 없이 기자들을 지나쳤다.

고법의 한 판사는 "정치권에 이미 두들겨 맞을 대로 다 맞았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선 빨리도 입장을 밝히더니 정치권에 대해선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변호사와 검찰마저 정치권을 비판하니 그제야 용기를 얻은 건가"라며 "사법부 수장으로서 좀 더 일찍 나섰어야 법원 내부의 분노와 패배감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던 김 대법원장의 취임사를 아직 많은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현시점의 목소리들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온몸을 던지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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