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김명수 하루 늦은 비판 "김경수 판결불복, 법치 훼손"

댓글 1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중앙일보

1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기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일 오전 9시 무렵. 대여섯명의 취재기자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대법원 정문 출입구로 모여들었다. 10분 뒤, 관용차량에서 내린 김명수 대법원장이 기자들 앞에 멈춰섰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과 관련해 여권에서 판결에 불복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대법원장은 준비한 듯 1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도를 넘는 법관 공격, 법관독립·법치주의에 부적절"
김 대법원장은 "판결의 내용이나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건전한 비판을 하는 것은 허용돼야 하고 바람직할 수도 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하지만 그것이 도를 넘어서 표현이 과도하다거나 혹은 재판을 한 개개의 법관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상 보장된 법관 독립의 원칙이나 혹은 법치주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댓글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지사가 법정 구속되어 구치소 호송버스로 걸어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법원 판결에 '불복' 목소리를 잇달아 내놓자 김 대법원장이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지난달 30일 김 지사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에 민주당은 판결을 내린 성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임 시절 비서실 판사로 근무했다는 이력을 거론하며 재판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나선 상태다. 김 지사의 법정구속 다음 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 김경수 지사에 대한 1심 판결 역시 그 연장선상"이라고 밝혔고, 이재정 대변인은 민주당 유튜브 홍보채널에서 성 부장판사에 대해 "본인의 열등감이랄까, 부족한 논리를 앞에서 강설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좀 더 일찍 말했으면…"
중앙일보

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사법부를 공격하는 여당의 비판 발언에 김 대법원장이 더는 참을 수 없는 듯 직접 대응에 나섰지만 이를 바라보는 법원 내부의 눈초리가 곱지만은 않다. 비판 타이밍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전날 김 대법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모여든 기자는 이날보다 수배 많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아무 대답도 없이 기자들을 지나쳤다.

고법의 한 판사는 "정치권에 이미 두들겨 맞을 대로 다 맞았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선 빨리도 입장을 밝히더니 정치권에 대해선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변호사와 검찰마저 정치권을 비판하니 그제야 용기를 얻은 건가"라며 "사법부 수장으로서 좀 더 일찍 나섰어야 법원 내부의 분노와 패배감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던 김 대법원장의 취임사를 아직 많은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현시점의 목소리들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온몸을 던지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