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환경오염 우려…농산물 판매 어려워질 것” 주장
동물 장묘시설 전국 31곳…동물 사체 처리 6.2%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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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10개가 몰려 있는디, 그 복판에다 화장장을 짓겄다고 그라믄 쓰겄소?”
광주시 광산구 송학동 송계마을에서 만난 주민 박천순(80)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송학동은 최근 반려동물 장묘업체 ㅈ사가 동물 장묘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곳이다. 장묘시설 예정 부지 주변에는 마을 10곳이 흩어져 있다. 박씨는 “동물 화장장이 들어서면 악취와 분진이 생길 텐데 그 불편을 어떻게 견디겠나? 농산물 판매에도 지장이 있을 것 아니냐”고 했다. 박씨 등 주민 50여명은 지난 28일 광산구청 앞에서 동물장례식장 허가 반대 집회를 열었다. 마을대책위원 장조남씨는 “구청이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혐오시설 건축허가를 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동물 장묘시설엔 장례식장과 화장장·건조장·납골당 등이 포함된다. ㅈ사는 지난해 9월 연면적 438㎡의 2층짜리 동물전용 장묘시설을 짓기 위해 광산구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동물 장묘시설을 지으려는 곳은 마을에서 400m 거리에 있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거리제한 규정엔 ‘동물 장묘시설은 학교, 공중이 수시로 모이는 시설, 민가(20호 이상)에서 300m 이내 지역에 짓지 못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광산구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라며 허가를 보류했다.
동물 장묘업계는 화장 시설이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것은 잘못된 선입견이라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장묘시설은 최신식 기계를 사용해 냄새나 분진이 발생하지 않는다. 유골도 고객들이 가져가기 때문에 주변 오염 우려도 없다”고 했다. 동물 장묘시설 건립을 둘러싼 유사한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제주도 동물복지 5개년 계획(2019~2023)’을 세웠지만 터를 확보하지 못해 동물 장묘시설 설립 방안이 답보 상태에 있다. 대구시 서구 상리동에 동물 장묘시설을 지으려던 계획도 주민들의 반발과 행정기관의 사업 반려, 업체 소송 등의 갈등을 겪고 있다.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반려동물 수는 늘어나는데도 화장장 등 장묘시설 확대는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2017년 국민의식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국내의 반려동물은 890만마리(개 660만마리, 고양이 230만마리)로 추산된다. 현행법(폐기물처리법)상 동물 사체는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동물 장묘시설에서 화장을 해야 한다. 사체를 화장하지 않고 매립하면 불법이다. 문제는 동물 장묘시설이 전국적으로 31곳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반려인이 깊은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 동물 장묘시설은 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이라는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 물론 동물 장묘시설 건립 전에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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