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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韓, 최저임금 인상은 단기효과…생산성 높이는 정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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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보스포럼 / 다보스포럼 MK 인사이트 ◆

매일경제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22일(현지시간)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오른쪽)과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대담하고 있다. [다보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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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생산성 증대와 직결되는 게 아니라면 절제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2006년 이후 13년째 부자 나라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이끌고 있는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이 22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대담하며 내놓은 주문이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공공부문 고용과 사회적 지출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고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등 소득주도정책이 단기 수요를 촉진할 수 있지만 개선해야 할 주요 과제는 낮은 노동생산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리아 사무총장은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노동 투입량이 가장 높은 나라지만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 50% 국가 평균에 비해 46%가량 낮다"며 "정부 경제정책의 장기적 성공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달렸다"고 강조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한국 최저임금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 2년간 30% 가까이 오른 건 국제 기준으로 볼 때도 높은 상승률"이라며 "소매판매업이나 요식업, 숙박업 등 노동집약 업종에서 고용이 감소했는데 최저임금 상승이 미숙련 일자리나 젊은 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하고 있지만 한국이 일자리 창출 없는 성장에 직면할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장 회장과 구리아 사무총장 간 대담 주요 내용이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한국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는 이중 구조가 특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구리아 사무총장=OECD는 노동시장 이원화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전체 피고용자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정규직은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정규직보다 3분 1 정도를 덜 받는다. 이 같은 노동시장 이중 구조는 한국의 소득 불평등과 빈곤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한국의 임금 격차는 OECD 회원국 중 둘째로 높다. 이처럼 이원화된 임금 구조는 성 불평등의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2016년 기준으로 남성 비정규직은 26.4%지만 여성 노동자 비정규직 비중은 41.1%에 달한다. 이로 인해 성별 임금격차가 커졌는데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OECD는 이 같은 임금 이중 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우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 보호 격차를 줄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인건비 차이를 일정 한도로 제한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을 위한 사회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비정규직을 위한 교육·훈련을 확대해 노동 숙련도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장 회장=OECD는 노동시장, 노동생산성, 기업 구조조정 등 한국이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이 개혁을 완수하고 성장잠재력을 촉진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보는가.

▷구리아 사무총장=개혁은 서두를수록 좋다. 사실 한국은 성공한 경제다. 2010년 이래 평균 3.0%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한국 삶의 질은 선진국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할 것이다. 지금 한국은 OECD 중 넷째로 젊은 인구를 갖고 있지만 2050년이 되면 회원국 중에서 일본에 이어 둘째로 늙은 국가가 될 것이다. 장시간 노동에서 노동생산성을 올리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장 회장=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한국 주요 산업들이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은 무엇이 있을까.

▷구리아 사무총장=우리는 한국이 가장 선진화된 국가로 지속적으로 수렴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낙관한다. 한국은 여러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항상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시험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 졸업생 비중은 OECD 최상위다. 연구개발(R&D) 투자는 OECD 국가 중 둘째로 높다. 이제 이런 특장점들이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경제의 체제·틀을 개선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한국이 개선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한국은 여성 기업가 비중이 많이 낮은 수준이다.

―장 회장=미·중 무역 마찰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대외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구리아 사무총장=시장을 위축시키면 비용이 발생한다. OECD가 최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관세를 7% 올리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교역량이 1.5% 감소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금이라도 관세를 줄이면 교역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 다른 관점에서 이를 보자. 새로 부과된 관세 1달러당 전 세계 가계에 40센트 비용이 더 부과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관세 1달러를 줄이면 소득이 90센트 늘어난다. 열린 시장은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높아진 관세와 증가한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비용은 소비자가 지불한다. 무역 마찰과 긴장이 계속되고 다른 시장으로 확산된다면 전 세계 무역과 투자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한국에도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한국이 최근 과도한 중국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공급가치 사슬망을 재조정하고 있지만 중국발 수요가 줄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 회장=구리아 사무총장이 방한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OECD 지원을 요청했다. OECD가 북한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북한과 잠재적 경제협력을 하는 데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구리야 사무총장=OECD는 가능한 한 어떤 방법으로든 도울 준비가 돼 있다. 나는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북한 협력의 잠재력을 목격했다. OECD 임무는 전 세계인의 사회·경제적 후생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한국은 출산율이 상당히 낮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인구 측면에서 '퍼펙트 스톰'에 처해 있다. 한국은 노동력 또한 줄고 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증가해야 하는데, 한국의 이웃(북한)은 이에 대한 자연자원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비교적 싼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은 언어가 같은 데다 근본적인 것에서 공유하는 게 많아 북한 노동력에 대한 교육·훈련이 비교적 수월할 것이다. 가장 저개발된 국가(북한)가 당신(남한)처럼 되고 싶어한다.

―장 회장=OECD는 RBC(Responsible Business Conduct·책임 있는 기업 행동)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했다. RBC는 어떤 것이고, 한국은 여기서 어떤 걸 기대할 수 있나.

▷구리아 사무총장=RBC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기업이 공급망을 총망라해 영업 활동을 하면서 실제 혹은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개선하고 방지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다. OECD는 올해 RBC 실사가이드라인을 새로 펴냈다. 전 세계 48개국이 이를 대표하고, 자국 기업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이 RBC 이행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계속하길 바란다.

[다보스 특별취재팀 = 김명수 부국장 / 박봉권 부장 / 윤원섭 차장 / 김세웅 기자 / 김준모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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