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한 사례는 지난 정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때로는 대통령 공약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사업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이다.
예타 없이 추진된 사업 가운데 실패한 대표 사례는 ‘4대강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해 예방 사업’을 예타 면제가 가능한 사업으로 추가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 건설과 준설 사업(10조8천억원 규모)을 ‘재해 예방 사업’으로 분류해 예타를 피해 갔다. 이런 방식으로 이명박 정부가 전체 22조2300억원 규모의 4대강 사업비 가운데 예타를 피해 간 것은 19조7600억원(88.8%)에 이른다.
2010년 문을 연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경주장도 비슷하다. 이 경주장은 준공 이후 5년도 채 안 돼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전남도는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를 열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2000년대 초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를 유치했다. 여러차례 정부와 국회를 설득한 끝에 2009년 관련 사업들의 예타를 면제하는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이는 ‘자충수’였음이 드러났다. 전남도는 2010~2016년 7차례 대회를 유치했지만 초반 4차례만 열었고, 흥행 부진 탓에 후반 3차례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간에 1조원을 투자했고, 6천억원의 운영 손실을 감수하는 쓴맛을 봤다.
호남고속철도 역시 예타 면제 사업으로 건설됐다. 이 사업은 2005년 11월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되살아났다. 호남고속철은 동서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애초 예상보다 이용객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예타 면제의 흔치 않은,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가 2013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7~2013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7년 동안 예타가 면제된 사업은 모두 108개로 이들 사업비는 66조3405억원에 이른다.
김경욱 안관옥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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