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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광석 시인, 27년 만에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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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단을 떠나 있는 동안의 삶과 철학 담아… 리얼리즘 시학의 귀환



세계일보

“이 시들을 두려운 마음으로 나와 우리 세대의 그림자에게 바친다”

현재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위원으로 활동 중인 채광석 시인이 시단을 떠난 지 스물일곱 해 만에 두 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통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이들은 물론 그 이후의 세대까지 큰 공감과 울림을 선사하는 리얼리즘 시학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그의 시집은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내며 출간 1주일 만에 예스24 신간 시집/희곡 분야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현재까지 예스24 신간 문학 7위, 시/희곡 전체 16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시집에는 채광석 시인이 시단을 떠나 있던 그 동안의 삶과 철학이 녹아 있다. 3.8.6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고 그래서 386세대라고 불렸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안, 죄책감, 체념 그리고 새롭게 살아나는 희망과 기대까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전적 시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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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90 그리고 서른'에는 20대 후반과 30대의 삶이 주는 막막했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제2부 마흔, 무늬 몇 개'에 실린 40대의 삶은 슬픔과 회한으로 가득하며, '제3부 쉰 즈음'에 실린 시에서는 세상을 바꾸고자 했으나 스스로 선이 되지 못한 동료들과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4부 역사의 바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담아냈다.

채광석 시인의 언어는 세상과 시대를 삽으로 펴내면서 시의 벌판을 열어 보이고 있다. 거기에는 시대의 땀과 역사의 눈물이 고여 있다. 잊힌 ‘혁명’과 살아남은 자의 죄스러움, 역사 바깥으로 사라져버린 인물군상을 시로 불러내 현재화하고 있는 시인의 의도는 명확하다. 한 치도 현실 아닌 것이 없고, 한 사람도 삶의 역사 아닌 게 없다는 시대에 대한 소명이다. 굵은 리얼리즘은 대지의 주름을 닮는다. 그의 시어는 그 사이에 씨앗을 뿌리고 있다.

김정환 기자 hwani8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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