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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잇단 체육계 성폭력 "카르텔·성적 만능주의 깨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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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강민수 기자, 권용일 기자] [전문가들 "성폭력 사태는 체육계 전체 문제…'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엄정대응, 인적 쇄신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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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와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이달 15일 오전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파크텔 앞에서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성폭력을 방관한 대한체육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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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촉발된 빙상계 성폭력 사태는 단순히 지도자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성폭력 폭로는 빙상계를 넘어 유도, 태권도 등 체육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적을 최우선 하는 엘리트 체육 중심의 교육과 이를 부추기는 각 체육 단체, 단체를 구성원 간 카르텔(담합)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카르텔 깨고 인적 쇄신 필요=체육계 종사자들은 빙상계의 절대권력인 '전명규 전 대한빙상연맹 부회장'이 체육계 곳곳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각 체육 단체를 좌지우지하는 제2·제3의 전명규가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강한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송강영 동서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엘리트 체육을 하는 시·도대표와 국가대표 선수 풀이 워낙 좁아 서로 다 아는 사이"라며 "성장하고 싶은 학생이나 대표가 된 선수 모두 지도자에게 (피해를) 말해도 비밀을 보장한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카르텔이 심해 폭로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비밀보장이 쉽지 않고, 보복 우려만 커진다는 주장이다.

선수를 평가·추천하는 시스템을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도자 추천으로 대학에 진학하거나 프로선수가 되는 대다수 구조에서는 지도자나 코치의 힘이 절대적이라는 지적이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지도자 추천 한마디로 대학에 합격 ·불합격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며 "능력 순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선수 평가·추천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 처벌 강화…성적만능주의 탈피해야=체육계 성폭력 사건이 반복되는 건 처벌까지 가는 사례가 적고 처벌이 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은 탓도 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대한체육회 소속 체육 단체의 성폭력 징계는 단 16건이다. 빙상연맹이 5건으로 가해자 5명 중 4명은 영구제명됐고 1명은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이어 스키협회·테니스협회가 각 3건, 검도회·당구연맹·볼링협회·세팍타크로협회·수영연맹이 각 1건이었다.

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초·중·고등학교를 포함한 모든 운동경기나 조직에서 일체의 구타나 성폭력을 행사하면 끝이라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만들어야 한다"며 "무관용 원칙이 정착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한국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30년 전 대학교에 다닐 때 친구 한 명이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도자는 학교에서 제명됐지만 학교 밖에서 또 지도자 생활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데 성폭력 지도자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적만능주의 문화를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현재 교수는 "학부모 중에는 자녀가 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하더라도 대학에 진학하고 프로 선수가 되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1등을 해야만 살아남는 엘리트 체육이 아니라 클럽이나 동아리 체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권용일 기자 dragon1_12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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