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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사설] '문화재 거리' 건물 10채 매입, 투기 아니란 말 누가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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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민주당 간사인 손혜원 의원의 가족과 측근들이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문화재 거리)의 문화재 지정을 전후해 이 일대 건물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 의원 남편이 대표로 있는 재단과 조카 2명, 전직 보좌관의 딸 등이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문화재 거리의 건물 10채를 샀다는 것이다. 9채는 문화재청이 이 지역을 문화재로 지정한 지난해 8월 이전, 1채는 그 직후 매입했다. 그런데 문화재 지정과 동시에 해당 건물 시세가 크게 올랐다고 한다.

SBS 보도에 따르면 손 의원 가족·측근들의 목포 건물 10채는 구도심 문화재 거리 1.5㎞ 구역 안에 있다. 손 의원은 이들에게 건물 매입을 권유하고 조카 2명에게는 건물 사는 데 보태라며 1억원씩 증여까지 해줬다고 했다. 조카 1명은 매입 당시 군 복무 중이었다. 이 일대는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앞으로 국비 등 500억원을 들여 낡은 건물의 리모델링 등 복원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손 의원은 지난해 문화재청장을 만나 "목포 등 근대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대책을 세워 달라"고 했다고 한다. 보통의 문체위원이라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가족·측근이 해당 지역에 건물을 갖고 있다면 개발 이익을 노리고 문화재 지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문화재 지정 이후 이 일대 건물 시세가 두 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손 의원은 "사재를 털어 목포 구도심을 살려 보려 한 것"이라며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런 취지라면 왜 남의 명의를 빌렸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내 재산이 증식되는 걸 원치 않았다"고 했다. 구도심을 살리려 사재를 털어 희생한 것처럼 말해 놓고 그 재산 가치가 오를 것을 짐작했다는 정반대 얘기를 하고 있다. 손 의원이 문화재 지정에 관여했는지, 또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가족·측근 명의를 빌려 부동산 매입에 나섰는지 경위를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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