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영국이 원하는 게 뭐냐…문 열려 있다”
“‘노 딜’은 재앙”…브렉시트 연기·재협상 촉각
결정적 걸림돌 북아일랜드 문제 서로 양보 쉽지 않아
15일 밤(현지시각)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찬성 202, 반대 432표로 부결시켰다. 2016년 6월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한 국민투표 이후 진행한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영국이 떠넘긴 불확실성을 세계가 떠안게 됐다. 특히 ‘노 딜 브렉시트’에 더 무게가 실린 점이 우려를 키운다.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발효일(3월29일)을 불과 10주 앞두고 사상 최대 표차로 정부 안을 부결시켜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역사적 패배를 안겼다. 야당인 노동당은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지만, 메이 총리는 “오늘 밤 투표가 무엇을 지지하는지”는 불분명하다며 자진 사퇴는 없다고 했다. 그는 21일 새 협상안(플랜 B)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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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년 반을 끌고도 최종 타결되지 않은 해법이 단기간에 새로 도출되기는 어렵다. 부결 직후 영국 분위기가 이런 상황을 보여준다. 보수당 강경파를 이끄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지지 의원들과 샴페인 파티를 했다. 합의안을 부결시켜 영국을 유럽연합에 남기고 싶은 이들도 의사당 밖에서 환호했다. 보수당 강경파는 더 확실한 결별을 원해 반대표를 던졌고, 노동당은 브렉시트를 번복하는 제2 국민투표까지 염두에 두고 반대표를 던진 동상이몽 상황이다.
핵심은 북아일랜드 문제였다. 합의안에는 영국 영토이면서도 아일랜드와 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신교-구교, 영국 잔류파-독립파의 분쟁 재발을 막으려고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 조항이 들어갔다. 2020년 말까지로 지정한 과도기 안에 양쪽이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면 지금처럼 자유 무역과 자유 왕래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과도기 안에 국경·통관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면 영국 전체도 당분간 유럽 단일시장에 남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에 브렉시트 강경파는 ‘계속 유럽연합의 지배를 받자는 거냐’ ‘과도기가 지나고 영국 본토만 유럽연합과 결별하면 북아일랜드의 영토적 통합성이 깨진다’며 격렬히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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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유럽연합은 발효일을 미루고 재협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럽연합은 7월까지 여유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 “여전히 협상할 시간이 남았다”고 말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기존 합의가 “영국의 질서 있는 철수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북아일랜드 문제에서 양보는 곤란하다는 뜻을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일한 긍정적 해결책이 무엇인지 말할 용기를 최종적으로 지닌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제2 국민투표로 잔류를 선택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강경파 수장인 존슨 전 장관은 “(메이 총리는) 브뤼셀로 돌아가 북아일랜드 백스톱이 없는 더 좋은 안을 협상할 막대한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은 ‘돌아오라’고 하고, 영국 강경파는 ‘더 확실히 헤어지자’는 것이다.
최악은 3월29일에 아무 합의 없이 ‘노 딜 브렉시트’가 되는 것이다. 상품과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는 장벽이 쳐진다면 무역이 갑자기 중단되고, 영국 파운드화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올 수 있다. 한국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유지되지만 영국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이 영국에 파는 자동차, 선박, 항공기·자동차 부품 등에 1.7~10%의 관세가 부활한다. 지난해 한-영 교역액은 131억7천만달러(약 14조7천억원)다.
조일준 기자, 정의길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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