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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북아일랜드 ‘피의 역사’, 브렉시트를 최악 난제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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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의 브렉시트안 부결 된 배경엔

수백년에 걸친 영국-아일랜드 갈등 존재

북아일랜드 갈등 최소화하려는 타협안에

여당 강경파와 북아일랜드 ‘통합파’ 반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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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안이 15일 하원에서 큰 표차로 부결돼, 이 갈등의 핵심 원인인 북아일랜드 국경 통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브렉시트가 유럽 전체를 뒤흔드는 난제가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아일랜드를 둘러싼 ‘피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 영국과 유럽인들의 ‘선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정대로 3월29일 브렉시트를 결행하면, 영국은 유럽연합의 관세동맹 등에서 벗어나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국경 통제가 시작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현재는 영국의 일부이지만, 영국에 영구 통합될지 아일랜드와 통일할지를 두고 수십년간 피의 갈등을 겪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도 국경 통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영국과 유럽연합은 강한 국경 통제를 하면 1998년 벨파스트 합의(성금요일협정)로 간신히 봉합된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고 보고, 브렉시트를 하면서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엔 강력한 국경 통제를 하지 않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머리를 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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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아일랜드의 역사적 갈등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541년 아일랜드를 침공한 영국의 헨리 8세는 아일랜드 국왕을 겸하며 북부에 영국 신교도들을 이주시켰다. 이들은 아일랜드 북부의 토지를 장악한 기득권층으로 성장해 토착민인 가톨릭(구교)교도들과 갈등을 벌였다. 1921년 영국-아일랜드 조약으로 대영제국 내 자치령인 ‘아일랜드 자유국’이 만들어질 때 영국계 신교도가 많은 북아일랜드 6개 주는 영국에 남는 길을 택했다. 이들은 1949년 남부 26개주가 아일랜드로 완전히 독립한 뒤에도 영국의 일부로 남았다.

오랜 갈등이 폭발한 것은 1960년대 후반 들어서다. 신·구교들 사이의 치열한 대립이 이어지자 영국 정부는 1969년 8월 군을 투입해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를 신교와 구교 거주 지역으로 분리하는 장벽을 세웠다. 살얼음판 같은 대치 속에서 1972년 영국 공수부대가 북아일랜드 제2의 도시 데리에서 시민들에게 발포해 14명이 사망하는 ‘피의 일요일’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 복수와 무장투쟁 노선을 내세운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저항이 시작됐다. 이들은 7월 9명을 숨지게 한 ‘피의 금요일’ 사태로 보복했다.

처절한 갈등은 “북아일랜드의 귀속 문제는 북아일랜드인들의 자유의사에 맡긴다”는 1998년 벨파스트 합의로 겨우 봉합됐다. 북아일랜드 내에선 “브렉시트로 강한 국경 통제가 시작되면 잠복됐던 갈등이 표면화돼 북아일랜드가 다시 분단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메이 총리는 준비 없는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와 북아일랜드에 줄 충격을 우려해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 정상들과 2020년 말까지 영국이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잔류하면서 추가 협상을 한다는 타협안에 합의했다. 이 과도기가 지나서도 해법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북아일랜드를 계속 유럽연합 공동시장에 남겨둔다는 백스톱(backstop) 조항도 들어갔다.

이에 여당인 보수당 내 강경파, 650석인 하원에서 317석으로 과반에 못 미치는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강경 ‘영국 통합파’인 민주연합당(DUP·10석) 등 ‘아군’이 크게 반발했다. 합의안에는 과도기인 2020년 말까지도 유럽연합과 새 무역 협정을 맺지 못하면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관세동맹에 임시적으로 남는다는 내용도 있다. 이에 대해 보수당 강경파는 “영국이 영원히 유럽연합에 발목을 잡히는” 것이라 진정한 브렉시트가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민주연합당 등은 ‘2020년이 지나 영국 본토만 유럽연합에서 떨어져나가고 별도의 백스톱 조항 때문에 북아일랜드는 공동시장에 남을 수 있다’는 이유로 결사 반대하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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