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가능" vs "보청 기능"
“맨 왼쪽에 앉은 사람은 좀 별로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지난 주말 친구와 미팅을 나갔다 괜한 상처를 받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아이폰 에어팟(무선 이어폰) 사용해 도청하기’라는 팁을 따라 해본 게 화근이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나왔던 이씨는 문득 테이블에 자신의 아이폰을 두고 온 것을 깨닫자 호기심이 생겼다. 이씨는 “아이폰에서 ‘실시간 듣기’ 기능을 켜면 기계에서 떨어져 있어도 에어팟만으로 기계 주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인터넷 글이 떠올랐다.
호기심에 에어팟을 귀에 꽂은 이씨는 화들짝 놀랐다. 미팅 상대방이 자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걸 들어버린 것이다. 이씨는 “장난삼아 해본 건데 생각보다 잘 들렸다”며 “나는 그분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런 속마음을 들어버려서 정말 우울했다”고 말했다.
'실시간 듣기' 켜면 15m 밖에서도 소리 들려
해외 네티즌들이 SNS에 많이 공유하고 있는 글. ’만약 당신이 에어팟 사용자라면 당신이 빠진 방 안에 아이폰을 두고 나오길 추천한다.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을 수 있고, 훗날 이 기능을 소개한 내게 감사해 할 것“이라는 내용. [사진 트위터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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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테이블 위에 아이폰을 놓고 외부로 나가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계약 내용이 여기에 다 나와 있습니다”,“안녕하세요, ✕✕로펌 관계자시죠? 김○○ 대리입니다” 같은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애플에 따르면 최장 15m 떨어진 곳에서도 활성화가 가능하다. 게다가 녹음도 가능하다. 실시간 듣기 상태에서 음성 녹음을 했더니 원래보다 더 깨끗하고 큰 소리로 녹음이 됐다.
녹음도 가능, '도청'으로 악용 우려도
아이폰의 에어팟(무선 이어폰).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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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통신비밀 보호법 3조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건 불법이다.
법무법인 원일의 김소연 변호사는 “‘나’라는 당사자가 없는 제3자들의 대화를 엿듣는 건 불법”이라며 “흔히 농담처럼 얘기하는 ‘누가 나의 뒷말하나 들어보자’며 실시간 듣기 기능을 사용한다면 엄연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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