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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59만원짜리 '인터넷강의', 두 번 밖에 못 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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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용일 기자] [왜 700만원 낸 우리가 마음 졸여야… 1.8배속으로 들으니 이해 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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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강에 59만원짜리 인터넷강의(인강) 소개 페이지. 수강횟수 '2회' 명기. /사진=A고시학원 인강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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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학원 인강 소개 페이지. 수강기간 '2배수' 명기. 종량세에 대한 설명도. /사진=B고시학원 인강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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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강에 59만원인 강의는 1강에 2950원꼴. 까딱 졸면 앉은 자리에서 2950원 날린다. 매일 점심을 2000원짜리 학식으로 때우는 내겐 만만찮은 액수.”

전문자격증 수험생들이 비싼 인터넷강의(인강) 수강료를 지불하고도 재생 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업계 방침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어려운 시험 특성상 몇 번씩 복습하고 싶어도, 이 같은 횟수 제한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것. 이에 업계에선 수험생들 간의 '인강 공유'를 막기 위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16일 다수의 변리사 수험생들에 따르면 업계 1위로 유명한 A고시학원은 강의 1개당 재생 수를 1.2회에서 2회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수험생들의 인강 공유에 제약을 걸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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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1차 시험 인강 패키지 화면. 수강횟수 '2회' 명기. /사진=A고시학원 인강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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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2차 시험 인강 패키지 화면. 수강횟수 '1.2회' 명기. /사진=A고시학원 인강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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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이 일상, 일·공부 병행할 수도 없어… 가혹한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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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고시학원 출신 변리사 합격자 비율(%) 홍보 페이지. /사진=A고시학원 인강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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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피로감에 허덕이며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없는 수험생들 사이에선 ‘가혹한’ 규정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2년차 변리사 수험생 박모씨(27)는 “까딱 졸아 순식간에 강의가 지나가있을 (혹은 종료돼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돈도 아깝지만, 심하면 자괴감까지 들곤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비싼 강의료는 이들의 답답함을 더한다. 박모씨는 “(아마) 변리사 수험생의 99%는 A고시학원 ID가 있을 거다. 합격자들 중 이곳 강의를 1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본인은) 기본강의에만 벌써 216만원 썼고, 조만간 90만원을 더 써야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보통 변리사 합격까지는 500만원에서 700만원 이상의 강의를 듣는다는 게 변리사 (합격생 포함) 수험생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고액임에도 불구, 한두 번 듣고 나면 다시 들을 수 없는 강의가 합격을 가로막는 ‘유리장벽’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즉 비싼 가격에 강의를 구입했으니 몇 번이고 다시 듣거나 복습하고 싶은데, 그 기회마저 박탈당했다는 것이다.


변리사에만 국한되지 않아… '전문자격증' 수험생 전반의 고충





440만원으로 총 6만 시간에 달하는 인강을 구입했다는 2년차 CPA(공인회계사) 수험생 안모씨(26)는 “(추후 필요 시) 강의를 다시 보기 위해 일부러 1.8배속으로 들어 놨다”며 “늘 이렇게 쫓기듯이 들으니 이해도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변리사 2차시험에 낙방해 다시 1차시험 준비에 한창인 이모씨(27)는 “인강을 여러 명이 공유하지 못하게 하려는 학원 측 입장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한 번 듣고 이해가 안가는 강의는 두세 번씩 듣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졸린데 장사 없다”며 “하루 24시간 중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만 15시간이 넘어 항상 집중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렇듯 수험생들은 재생 수 제한에 불만을 느껴도 어쩔 수 없이 강의를 들어야한다며, 고액의 수강료에 더해 재생 수까지 제한하는 건 도를 넘은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게는 1개, 많게는 3~5개의 학원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고등학생' 인강은 제한 없는데?… "당장은 제한 풀 수 없다. (관리)시스템 발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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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고1·2·3과 N수생용 인강 소개 페이지. '재생 수' 제한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사진=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 대비 인강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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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고1·2·3과 N수생용 인강 소개 페이지. '재생 수' 제한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사진=수능시험 대비 인강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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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고등학생과 N수생(재수·삼수·장수생을 포괄하는 단어)을 주 타깃으로 한 인강 업계에선 재생 수 제한규정이 '전무후무'하다.

그렇기에 수강생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똑같은 강의를 수십, 수백번도 더 들을 수 있다. 고등학생과 N수생들 사이 업계 1~2위로 유명한 C학원 관계자는 "어떤 역사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1.5배속 또는 2.0배속으로 강의를 몇 번씩이나 반복해 들으며 복습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전문자격증 업계 측은 선의의 수험생들이 불편함을 겪는다는 걸 알지만, 재생 수 제한규정을 당장 없앨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변리사 수험생들 사이에서 업계 2~3위로 불리는 B고시학원 동영상콘텐츠팀 관계자는 “ID 1개를 2~4명이 공유하는 걸 막기 위해 약 10년 전 재생 수 제한규정(업계에선 ‘2배수 정책’이라고도 불린다)이 도입됐다”면서 “변리사 자격증뿐 아니라 모든 전문자격증 업계가 비슷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변리사처럼 20~30대 청년층이 주 타깃인 자격증의 경우 2배수, 법무사 등 고령층이 주 타깃인 경우 ‘3배수’ 정책을 펼치기도 한다”며 그 이유로 “나이가 들면 학습이해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어 같은 강의를 여러 번 들을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고령층은 인강을 공유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측면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2배수 정책을 이어나갈 거냐는 질문엔 “강의를 '최초' 구입한 수강생 1명만 로그인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기술 등 인강 공유를 ‘완벽히’ 막을 수 있는 시스템만 구축된다면 (선의의 피해자를 없애기 위해) 정책을 폐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A고시학원은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권용일 기자 dragon1_12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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