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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 투표 메이 참패 예상…영국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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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각 16일 새벽 4시…메이 “반대 재고해달라” 읍소

집권 보수당 100여명 반대 의사…큰 표차 부결 전망 나와

‘노딜 브렉시트’ 현실화해 무역·금융 대혼란 가능성

EU와 탈퇴·협상 기한 연장, 제2 브렉시트 투표 가능성도



3월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의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영국 의회의 투표가 임박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반대 의사를) 재고해달라”며 막판 호소를 했지만 참패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부결될 경우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대책 없이 완전히 남남처럼 갈라서는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지, 혼란을 막기 위한 다른 대안을 모색할지를 두고 또다시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15일 오후 7시(한국시각 16일 새벽 4시) 하원 표결을 앞두고 영국 언론들은 브렉시트 합의안의 부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영국이 유럽연합의 관세동맹에 당분간 잔류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지난해 12월11일 표결에 부치려 했으나 반대가 심하자 표결을 이날로 연기했다.

한겨레

하원 정원 650명 중 투표권을 지닌 의원은 639명이다. 그 과반인 320명이 찬성해야 브렉시트 합의안이 가결된다. 보수당 의원은 317명인데, 각료들과 원내총무들 100여명은 합의에 따라 찬성해야 한다. <비비시>(BBC)는 나머지 210여명 중 100여명이 반대표를 던진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기반의 민주연합당 소속 10명도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집권 블록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의원들은 대부분 합의안이 유럽연합과의 충분한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특히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문제가 첨예한 쟁점이다. 합의안에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통관과 이동 통제를 위한 국경이 재설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백스톱) 조항이 들어 있는데, 영국 강경파는 과도기가 지나면 유럽연합과 영국 사이에 국경 통제가 강화되지만 북아일랜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영국의 북아일랜드에 대한 통제가 약해지고 북아일랜드가 아일랜드와 더 밀착한다면 자국의 영토적 통합성이 깨진다는 우려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궁지에 몰린 메이 총리를 지원하기 위해 과도기 또는 안전장치는 “가능한 한 짧은 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표했지만, 영국 내 브렉시트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자체에 부정적인 노동당 의원들도 보수당 강경파와 이유는 다르지만 합의안에 반대한다. 메이 총리는 지난주 제1 야당인 노동당 의원들도 접촉해 찬성표를 끌어모으려고 했지만 256명 중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이는 4명에 불과하다. 다른 야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35석)과 자유민주당(11석)도 반대 쪽에 섰다.

메이 총리는 14일 저녁 의회 연설에서 읍소, 회유, 압박이 뒤섞인 연설로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는 반대파에 생각을 다시 해달라고 호소하면서, 의원들이 경제와 안보를 지키면서 브렉시트를 했는지 여부가 역사책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인들을 실망시키는” 결정을 하지 말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실시된 상원의 구속력 없는 투표에서 반대(321표)가 찬성(152표)을 앞도한 것에서 보듯 대세를 돌리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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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이 얼마나 큰 표차로 부결될지가 향후 브렉시트 논의 방향 및 메이 총리의 운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디언>은 지난 세기에 정부 안이 의회에서 100표 이상의 차이로 부결된 것은 단 3차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모두 노동당이 소수당 정부를 이끌던 1924년의 일이다. 메이 총리가 이보다 큰 차이로 패배한다면 이미 ‘식물 총리’라는 소리를 듣는 그의 입지는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부결 때 영국의 진로로 몇 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우선 메이 총리가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경우다. 노동당은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면 총리 불신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14일 의회에서 “총선을 실시할 때가 됐다. 새 정부를 꾸릴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석 수로 볼 때 노동당이 이를 성사시키기는 어렵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당내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았다.

브렉시트 자체의 운명은 ‘노 딜’ 또는 협상 연장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영국이 3월29일에 아무런 보완 조처 없이 유럽 공동시장을 떠난다면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역내 2위 내지 3위의 경제력을 지닌 영국이 이탈한다면 유럽연합도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국 경제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갑자기 자유무역협정 등을 맺지 않은 제3국이 돼버린 영국과 유럽대륙의 무역은 관세 부활 등 각종 제한에 걸리게 되고, 혼란 때문에 무역과 서비스 거래가 한꺼번에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파운드화 폭락도 예상된다.

탈퇴 시한과 협상 기간이 또 연장되면서 지루한 샅바싸움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유럽연합 쪽은 3월29일에 영국이 바로 탈퇴하지 않고 협상 기한을 7월까지로 연장하는 안을 띄워놓은 상태다. 영국 정부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여론 추이와 정치권의 논의 진척에 따라 ‘제2의 브렉시트 투표’가 실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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