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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독불장군 트럼프, ‘최장 기록’ 셧다운 임시중단 제안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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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으로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14일(현지 시각) 24일 차로 접어들었다. ‘역대 최장 셧다운 정부’라는 오명을 쓰게 된 상황에서 공화당은 민주당과의 협상 진전을 위해 셧다운을 한시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기존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셧다운 사태는 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 13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셧다운을 3주 간만이라도 일시 해제하고 민주당과 협상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은 셧다운 중단 기간 협상에서 타결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장벽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나는 그레이엄 의원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나는 그것에 관심이 없다. 나는 문제를 풀고 싶다. 그냥 미루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월 14일 농업 관련 단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루이지애나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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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가 협상에 가까워졌는지 모르겠다. 이건 내가 본 거래 중 가장 쉬운 것이다. 우리는 국경 경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셧다운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국경 장벽 예산 57억달러에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촉발됐다.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0시부터 시작된 셧다운은 24일째를 맞았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이전까지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벌어진 21일 간의 셧다운이 최장 기록이었다. 이번 셧다운으로 80만여 명의 연방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한 채 업무를 하거나 무급 휴가를 떠났다. 연방정부 소속 국립공원이나 공항 등도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을 끝내기 전 협상은 없다’는 입장의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민주당은 국가 비상사태 선포 시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 회의에서 당장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여야 지도부와 예산안 통과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에게 셧다운을 끝내면 한 달 안에 장벽예산을 포함한 예산안을 승인해 줄지 물었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이 이를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30분 만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 CNN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 간 예정된 협상 일정이나 새롭게 오간 제안도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의 여론 조사 결과 지난해 34%였던 국경 장벽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지지도가 42%로 증가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결과로 민주당을 압박할 것이라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1인치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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