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이를 부탁해] 이창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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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이 노트
- "일본은 지금 모시토라 열풍이에요"
- 트럼프-아소 회담, 왜 아소였을까?
- 트럼프 2기가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
- "잃어버린 30년은 끝났다"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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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모시토라(もしトラ)라는 말이 있어요. 모시가 If입니다 '만약에.' 토라가 '트럼프'의 일본식 발음이거든요. 그러니까 모시토라는 '만약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 뜻입니다. 일본은 지금 모시토라 열풍이에요. 그러니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대비하기 위한 여러 토론과 정책들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데 트럼프가 당선될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쓰는 이유가 리스크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시토라 리스크'라고 얘기하거든요. 일본에는 트럼프 리스크라는 게 실제로 뉴스도 많이 되고 있고 논의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경제 정책에 있어서 바이든하고 트럼프랑 몇 개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무역 같은 경우에 바이든은 동맹국들하고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거고 트럼프는 '동맹이고 뭐고 간에 미국에 수출할 거면 관세 10% 다 올릴 거야' 이거고요.
그다음에 뭐 환경이나 이런 에너지 같은 것도 바이든은 재생에너지를 했습니다. 그래서 전기차 사업에 세제 혜택 주고 이런 건데, 트럼프는 천연가스랑 석유 더 증산해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많은 기업들이 지금 미국에 보조금도 받으면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나 반도체 공장 짓고 있잖아요. 만약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흐름 자체의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또 우리도 일본도 미국의 물건 많이 팔고 있거든요. 수출 많이 하고 있잖아요. 트럼프가 대통령 되면 분명히 청구서를 제시할 겁니다. '이렇게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하면서 뭔가 조정해야 될 것 같아'라고.
트럼프ㅣ당시 미국 대통령 (2017년 11월)
"만성적 대일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 시장에 대한 미국 제품의 공정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미리미리 대처를 해야 된다라고 해서 분석도 정말 많이 하고 있고요. 굉장히 분위기가 우리하고는 다릅니다. 이렇게 일본 사회에서는 지금 바이든이 대통령이 됐을 경우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을 경우에 나눠서 준비를 해야 된다는 분위기가 굉장히 형성이 돼 있고요. 실제로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 만나러 갔어요. 2주 뒤에 아소가 트럼프 만나러 갔거든요. 양다리 전략이죠.
기시다ㅣ일본 총리 (지난 4월)
"'글로벌 파트너'로서 일본은 미국과 손을 잡고 나아갈 것입니다."
트럼프ㅣ미 대선 후보 (지난 4월)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많은 것을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아소 부총재를 매우 존경하고 이곳에 와 주셔서 영광입니다."
일본이 '모시토라 리스크'에 대처하는 법 (feat. 아소 전 총리)
일본 외교가 굉장히 섬세하고 전문적입니다. 여담일 수 있는데 일본 외교관들 중에 코리안 스쿨이 있어요. 코리안 스쿨이 뭐냐면 외교관 시험을 통과한 다음에 한 1~2년 정도, 도쿄 본부에서 일을 하고 한국에 와서 어학당도 다니고 그러면서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한국 전문 외교관으로 성장을 하는 외교관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한국의 학계, 재계, 정계 인맥을 전부 다 꿰차고 있습니다. 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를 하고 정기적으로 만나고 의견 청취하고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여론 동향을 계속해서 파악을 하고 본부에 보고를 하겠죠. 굉장히 섬세하게 파이프를 만들어가고 로비를 하는 게 일본 외교의 특징입니다. 한국에 이 정도면, 미국은 어느 정도일까요? 엄청날 겁니다. 미국에 대해서 그 파이프를 만들고 로비를 하는 일본 외교관들의 활동은 정말 대단하거든요.
이런 일본의 외교가 굉장히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 웬만해서는 당황하지 않는데. 언제냐 하면 2016년 미국 대선 때입니다. 왜냐하면 힐러리 클린턴이 될 거라고 전부 다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야 빨리 트럼프랑 연락할 수 있는 인맥을 뒤져라' 했는데 없는 거예요. 결국 찾은 문고리가 누구였냐면 트럼프의 장녀가 이방카의 남편, 그러니까 트럼프의 사위인 쿠슈너하고 연결이 됐어요. 그래서 쿠슈너를 통해서 아베 총리가 트럼프랑 회담을 합니다. 이 쿠슈너 가문은 폴란드계 유대인인데 미국의 유명한 부동산 재벌 집안이거든요. 일본이 80년대 미국에 부동산 투자 많이 했잖아요. 일본 재계랑 이 파이프가 굉장히 두껍습니다. 그래서 그걸 어떻게 찾아가지고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그 쿠슈너를 통해서 연락을 해서 아베 총리가 미국으로 날아가서 트럼프랑 회담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렇게 되면 안 된다, 트럼프가 대통령 될 걸 대비해서 미리미리 준비를 한 겁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왜 아소냐는 거죠. 여기에는 트럼프의 특징을 일본이 파악을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원래 정상들끼리 만나거나 중요한 인물들이 만나면 실무진이 먼저 만나서 의제 조율을 하잖아요. 트럼프는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오너끼리 만나서 담판 짓는 거 좋아합니다. 김정은과 트럼프 만난 거 기억하시죠? 그런 거 좋아하거든요. 그림이 될 만한 사람 그리고 당당하고 쫄지 않는 좀 거만하고 건방진 사람에게 트럼프는 호감을 느껴요. 그렇다고 일본에서는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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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일본 사람들 어떤지 아시죠? '하이', '도모도모', '스미마셍' 이렇게 하잖아요. 일본 사람들도 알아요, 이렇게 하면 트럼프가 얕잡아본다는 걸요. 그러니까 일본 정치인 중에서 가장 일본인답지 않은 사람을 찾아라. 태도가 큰 사람. 일본어로는 타이도 데카이, 태도가 크면서 좀 건방지면서 자신감 가득한 사람. 누가 했냐? 누가 생각해도 아소밖에 없죠. 왜? 아소는요, 아소탄광이라고 하는 재벌 가문 아들이거든요. 이 사람 다이아몬드 수저예요. 어릴 때부터 자기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산 사람입니다. 안 해본 게 없습니다. 비즈니스도 했고요. 정치인으로서 총리도 경험을 했고 심지어 몬트리올 올림픽에 사격 선수로 출전까지 했어요. 굉장히 자신감에 차 있고 건방지고 말도 함부로 하고 실언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아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중요한 건 그런 거 따위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서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고요. 시원시원하고.
저만 아는 이야기인데 한일 관계 개선된 것도 아소의 작품입니다. 대통령 선거 끝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하고 관계 개선하고 싶다고 몇 번 이렇게 의사 표시를 했는데 일본에서 진위를 알 수 없으니까 처음에 무시를 했어요. '모르겠다.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 근데 몇 번 이제 이야기를 이렇게 전하니까 '그러면 우리가 직접 가서 한번 만나봐야 되겠다' 그래서 아소가 한국에 왔습니다.
아소가 한국에 왔을 때 아이보시가 대사였는데, 아이보시 대사가 이제 공항에 마중 나가서 차에 타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면 이런 실언을 하시면 안 된다' 이렇게 말해요. 원래 이 아소가 말실수를 되게 많이 하거든요. 거침없이 얘기하고, 자리에 앉을 때도 다리 꼬고 앉고. 근데 아소가 '야, 다 됐고 내가 알아서 할게. 이름이 뭐라고? 오케이.' 이렇게 했어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서 얘기를 해보니까 마음에 들었나 봐요. 아소가 그래서 일본에 가서 '내가 만나보니까 진심이다'라고 해서 진행이 됐다는 게 외교 비화죠. 베테랑이면서 굉장히 당당하고 일본인답지 않은 그런 사람이 트럼프를 만나러 간 겁니다.
Q. 아소 전 총리와 트럼프는 회동 때 어떤 이야기를 주로 했나요?
트럼프도 전직 대통령이고 아소도 전직 총리잖아요. 회담이 끝나고 기자회견을 할 의무가 없습니다. 사실은 회담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 회담 자체가 중요한 거거든요. 이 회담에 어떤 의미가 있냐면 일단 첫 번째는 아베의 유산을 활용한다는 의미가 굉장히 큽니다. 아베 신조 총리가 트럼프랑 되게 친했어요. 브로맨스 유명했죠. 사석에서도 굉장히 친했고요. 아소 전 총리하고 트럼프가 계속 아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베라고 하지 않고 '신조, 신조' 이렇게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성을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릅니다. 그 정도로 아베에 대해서 굉장히 친근감을 트럼프가 가지고 있고 이 두 사람은 외교 노선도 굉장히 합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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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가 가기 전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누구보다 이 나라에서 아베 외교를 잘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가 가야 된다. 그래서 트럼프도 아소가 왔다는 걸 보고 아 일본이 여전히 아베의 외교 노선을 견제하고 있고 이거는 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일본과의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겠구나 신뢰하는 그게 큰 역할을 했고요.
두 번째는 빨리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걸 대비해서 그 주변에 참모진들이 누군지 빨리 파악해야 되고 파이프를 만들어야 되는데 그게 지금 잘 안 보여요. 6인회라고 있습니다. 트핵관이라고 트럼프의 핵심 트랙관들 6명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베일에 쌓여있었는데 워싱턴 출신들이 아니에요. 무슨 말이냐면 미국의 전형적인 정치인이 아닌 게 이 6명이 굉장히 이력이 독특하고요. 트럼프한테 굉장히 충성을 다하는 예스맨들로 구성이 됐는데 일본에 이 사람들하고 연결고리가 없어서 이 파이프를 만들기 위해서 아소가 방문을 한 겁니다. 실제로 지금 워싱턴에 있는 일본 외교관들은 로비 회사 3개를 더 추가해서 굉장히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이든 vs 트럼프, 미 대선이 일본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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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게 아소가 트럼프를 만나러 간 당일에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어요. 근데 뭐라고 올렸냐면 '달러 가치가 지금 엔화 대비해서 34년 만에 최고점 찍었는데 이 스투피드 피플이, 멍청한 사람들이 엔화 싸졌다고 좋아하는데 이거 좋아할 게 아니다. 이거 미국의 제조업이 이거 다 망하는 길이다' 이렇게 경고장을 날립니다. '내가 대통령 되면 이거 다 청구서 일본한테 내게 할 거야' 뭐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이게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죠. 한 손으로는 악수하면서 한 손으로는 총을 들고 있는 거죠. 일본의 아소를 만나면서 엔화 가치, 엔저 좌시하지 않겠라고 지금 트럼프가 얘기하고 있는 건데, 이게 첫 번째는 바이든 때리기입니다. 지금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을 공격하기 위한 재료인데 트럼프가 지금 바이든이 가지고 있는 리스크를 ABCD 리스크로 얘기를 하거든요.
A는 뭐냐 하면 Age, 나이가 너무 많다.
트럼프ㅣ미 대선 후보 (2024년 6월 27일 첫 대선 토론 - 현지 시각)
"바이든은 정신이 온전치 못 합니다. 퀴즈도 못 풀 겁니다. 하지만 전 다릅니다. 주치의가 저처럼 건강한 노인은 못 봤다고 했습니다. 머리가 좋아야 골프도 치는 거죠."
B는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경제 정책 다 실패했다. 금리를 5.5%씩이나 올렸는데 물가 못 잡고 있고 강달러 이대로 놔두면 미국에 수출도 안 되지만 미국 제조업 다 망한다 이렇게 바이든 비판하고 있고요.
트럼프ㅣ미 대선 후보 (2024년 6월 27일 첫 대선 토론 - 현지 시각)
"인플레이션 만든 사람은 바로 바이든입니다. 전 미국 가정이 파괴됐죠. 식품 가격 4배까지 증가했어요. 제가 대통령일 때는 미국 경제 완벽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었습니다."
"바이든 임기 동안 미국 무역 적자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C는 크로싱 보더(Crossing border)예요. 이민 정책 다 실패했고,
트럼프ㅣ미 대선 후보 (2024년 6월 27일 첫 대선 토론 - 현지 시각)
"우리는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가졌었는데 지금은 최악의 국경이 됐습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D가 디플로머시(Diplomacy). 전 세계 분쟁.
트럼프ㅣ미 대선 후보 (2024년 6월 27일 첫 대선 토론 - 현지 시각)
"우리가 여태 이렇게 많은 돈을 전쟁에 쓴 적이 있습니까? 600억 달러 넘는 돈을 다른 나라 전쟁에 쓰는 건 잘못 됐습니다. 애초에 우리가 지급할 돈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전에 젤렌스키와 푸틴 사이에서 협상을 해서 전쟁을 막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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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봐라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냐. 그래서 그런 차원에서 지금 바이든이 재선이 만약에 안 된다면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인플레이션이거든요. 결국 이걸 때리기 위해서 트럼프가 그런 트윗을 썼다는 게 하나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정말 트럼프기 때문에 이거 할 거라는 거죠. 뭐냐 하면 1985년에 플라자 합의 했었잖아요.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 영국 프랑스 서독 일본 재무상들 불러놓고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 좀 떨어뜨리고 너희들 통화가치 좀 올려' 이거 했었거든요. 이거 한 번 더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일본 불러놓고 인위적으로 달러 좀 약화시키고 엔 가치 좀 올리자 이거 할 수 있다는 건데, 다른 사람이 이야기했으면 허언으로 넘어갈 텐데 트럼프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하는 겁니다. 당분간 엔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본은 지금 미국이 금리 내리는 것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연말까지 미국이 금리를 좀 떨어뜨렸으면 하고 기대하면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끝날까
Q.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일본 경제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아마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에 수출 많이 하는 나라들, 대표적으로 일본, 한국에 청구서 내밀 것이다. 환율 조정도 있지 않을까. 제2의 이 플라자 합의와 같은 그런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지 않나.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엔의 가치가 올라가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겠죠. 엔이 올라가면 내심 또 일본도 원했던 상황일 수도 있는 겁니다. 지금 엔화 가치가 너무 떨어져 있어서 나오는 부작용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엔화 가치가 인위적으로 해서 그 정도 조정이 되는 거는 일본에게 있어서 그렇게 나쁜 시나리오는 아니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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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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