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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편집자 레터] '먹방' 보다 '먹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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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한수·Books팀장


'먹방'이란 말 들은 지 꽤 됐습니다. '먹는다'는 우리말과 '방송(放送)'이란 한자어를 조합한 '먹방'은 말 그대로 먹는 행위를 방영하는 방송 프로그램이지요. 요즘 채널 돌릴 때마다 '먹방'이 나옵니다. 산해진미 가득한 음식을 먹는 모습 보면서 덩달아 침을 흘리다가도 때로는 불편한 느낌을 받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나름 생각한 원인은 '먹는 행위'가 포만(飽滿)이나 비만(肥滿)으로만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먹는 얘기 쓴 책을 '먹서(―書)'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신간 '아는 사람만 끼리끼리 먹는'(난다)은 먹는 얘기를 쓴 '먹서'입니다. 요리 얘기이기도 하니 '쿡서'라 해도 되겠습니다. 저자는 올해 예순 해를 맞은 돼지띠 소설가 이현수. "아이들이 어릴 때 어디서도 먹을 수 없는 엄마표 요리를 개발하느라 내 딴엔 노력했다"고 고백하는 '엄마' 작가입니다.

조선일보

고사리조기찜, 뜬비지찌개, 진달래화전, 들깨미역국, 굴깍두기, 무말랭이밥, 족발냉채…. 그가 만들고 먹은 음식엔 추억과 사람 얘기로 가득합니다. 먹는 일이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란 사실을 일깨웁니다. 서문에 적었습니다. "십대와 이십대는 단맛에 홀리기 쉽고 삼십대와 사십대는 신맛이 당기고 오십대는 쓴맛에 혀가 움직인다. (중략) 하여, 요리가 곧 인생이다."

2015년 8월부터 2년간 조선일보 주말매거진에 연재한 요리 칼럼 '도란도란 식탁' 원고를 모았습니다. 저는 당시 작가 원고를 받아 지면에 싣는 심부름을 하며 행복하게 읽던 '첫 독자'였습니다.




[이한수·Books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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