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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이명박·박근혜 때 있었던 조사실 침대, 양승태 땐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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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1일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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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조사받게 될 서울중앙지검 15층 조사실에는 이명박(78)·박근혜(67) 전 대통령이 조사받았던 10층 조사실과 달리 침대가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사실에 설치된 소파에서 조사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게 된다.

중앙지검 꼭대기층인 15층 조사실은 사법농단 수사 시작 후 원래 직원 휴게시설이 있던 곳을 개조해 만든 곳이다. 지난해 말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도 이곳에서 조사를 받았다. 10층 조사실은 지난해 중앙지검 사무실 재배치 과정에서 철거됐다. 검찰 관계자는 “10층 조사실은 만들어진 지 오래돼 낡고 냄새도 났다”며 “15층이 조사실도 더 넓다”고 말했다.

응급용 침대 유무는 밤샘조사 여부와 관련이 있다. 두 전직 대통령 소환 때 검찰은 경호상 이유 등을 들어 한 차례 밤샘조사로 조사를 마쳤다. 이·박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14일과 2017년 3월21일 오전 각각 출석해 조서 열람 포함 21시간씩 조사를 받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야 검찰청사를 나갔다. 반면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은 밤샘조사 대신 여러 차례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박·고 전 대법관도 수차례 검찰에 나왔다가 조사 당일 자정 전 귀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피의자를 체포한 뒤 이튿날까지 조사하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에 침대를 예비로 준비해놨지만 이마저도 실제로 잘 사용되지는 않았다”며 “최근 수사 관행이 많이 바뀌면서 침대를 둘 필요가 사라져 15층에는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들도 조사 때 침대를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농단 수사 후 법원에서는 검찰의 수사방식에 대한 불만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10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이 밤샘조사를 받은 직후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에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워 묻고 또 묻는 것은 근대 이전의 ‘네가 네 죄를 알렷다’고 고문하는 것과 같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검찰은 “당사자와 변호인이 동의하지 않는데 억지로 붙잡아두는 경우는 없다. 본인들이 여러 차례 출석하기 불편하니 오히려 밤샘조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법원과의 불필요한 마찰은 피하려는 분위기였다.

사법연수원 2기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는 30년 후배인 단성한(45·32기)·박주성(41·32기) 특수1부 부부장검사 등이 담당한 혐의별로 번갈아가며 한다. 단 부부장은 2013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과 함께 국가정보원 댓글수사팀에 있었다. 부부장 왼쪽에 다른 평검사 1명도 앉아 자료 등을 챙겨준다. 전직 대통령들 조사 때는 부장검사가 조사를 담당했다. 검찰은 혐의 내용이 복잡하고 많아 사실관계를 잘 아는 실무총괄자인 부부장이 직접 조사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밝혔다. 신봉수 특수1부장(49·29기)·양석조 특수3부장(46·29기)은 조사 상황을 영상으로 지켜보며 총괄한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정숙 변호사(52)다. 윤 지검장과 연수원 23기 동기다. 최 변호사는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나와 2015년 변호사 개업했다. 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나란히 앉아 책상 건너편에 있는 검사 2명을 상대한다. 최 변호사 외 후배 변호사 1명도 조사에 입회한다. 로고스는 양 전 대법원장의 사돈이자 연수원 동기인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75)이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40년 이상 법관 생활을 한 엘리트 법조인에 맞서 검찰은 그간 공개되지 않은 패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측도 이미 여러 달 전부터 임 전 차장 공소장과 언론보도 내용, 전·현직 판사들의 검찰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해 조사에 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 안팎의 비판 여론에도 검찰 출석 직전 ‘대법원 기자회견’을 강행할 방침이다. 민중당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등이 이를 막아서겠다고 밝혀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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