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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배터리팩 10초 만에 뚫려”···전기차 화재 진압 특수장비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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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LH아파트 주차장에서 열린 레디코리아 훈련에서 소방관들이 EV 드릴랜스를 이용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주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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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밑을 뚫은 후 물을 뿜어내면 10분 정도면 어느 정도 열폭주가 잡힙니다.”

2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LH아파트 주차장에서 열린 전기차 화재 진압 훈련에 참여한 전남 나주소방서 소속 노진호 소방사가 EV 드릴랜스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올해 네 번째로 열린 ‘레디코리아’(READY Korea) 훈련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 불이 나 인근 호텔까지 불이 확산하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난 8월1일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와 유사한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수초 내에 열폭주로 이어진다. 화재 확산을 막으려면 배터리의 열을 빠르게 떨어트리는 게 중요하다. EV 드릴랜스는 이런 상황에 가장 적합한 화재 진압 장비이다.

이날 훈련에서 노 소방사를 포함한 2명의 소방대원이 약 3m 길이인 드릴랜스의 끝을 잡고 자동차 밑에 넣자 물이 차량 하부에서 거세게 뿜어져 나왔다. EV 드릴랜스는 1㎝²의 면적에 최대 10㎏ 무게에 해당하는 수압으로 배터리 셀을 뚫고 물을 배터리에 직접 공급한다.


지름 2㎝ 정도 되어 보이는 파이프에서 나온 물은 자동차 밑에 들어가기 전 20m 가까이 치솟아 사방으로 물방울을 날렸다. 물이 강력한 수압으로 드릴랜스 내부의 팬을 돌리면, 팬에 연결된 드릴이 배터리팩을 뚫고 물을 쏟아내게 된다. 노 소방사는 10초면 배터리팩에 구멍이 뚫린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용된 EV 드릴랜스는 현대차와 협력사인 탱크테크가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현재 호남권에 한대 보급된 상황인데, 현대차는 연말까지 소방청에 250대를 기증해 소방서마다 한 대씩 갖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드릴랜스에 앞서 무인파괴방수차도 투입됐다. 무인파괴방수차의 거대한 굴착기 같은 팔의 끝에는 뾰족하게 날이 선 파괴기가 달려있다. 이걸로 건물 외벽이나 천장을 파괴한 후 노즐을 내부에 넣어 다량의 물과 소화약제로 화재를 진압한다.

소방관이 리모컨으로 무인파괴방수차를 조종해 차량을 쾅 내리찍자 유리창이 폭삭 깨졌고, 노즐에서 뿜어져 나온 물이 차량 내부로 쏟아졌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화재 현장에서 활약이 기대되나 대당 10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로 지난달 기준 전국에 32대가 보급됐다.

경향신문

2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LH아파트 주차장에서 열린 레디코리아 훈련에서 소방관들이 이동식 소화수조에 물을 채우고 있다. 주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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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코리아 훈련은 대형·복합재난에 대비해 민관이 함께 재난 대응체계를 점검하기 위한 훈련이다. 행정안전부, 소방청,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해 48개 기관에서 장비 63대와 584명의 인원을 동원했다.

이날 훈련에 앞서 진행한 정책설명회에서 박천수 행안부 재난관리정책국장은 “인천과 전주의 아파트에서 전기차 화재가 있었는데 전주에선 화재가 확산하지 않고 진압됐다. 차이는 스프링클러의 작동 여부였다”면서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아 아파트와 인근 호텔로 화재가 번져 10명 정도의 사망자가 발생한 심각한 상황을 가정했다”고 말했다.

사싱자가 다수 발생하는 상황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관별 대응태세를 점검했다. 화재 발생을 인지한 관리사무소 직원은 소방에 즉시 신고했고, 아파트단지 자위소방대는 ‘불이야’ 외치면서 입주민 대피를 지원했다. 평소 노약자 등 취약계층을 파악해 1대 1로 대피를 도왔고,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전기·가스를 차단하는 등 사전 약속대로 임무를 수행했다.

신고를 접수한 119 종합상황실은 관계기관에 화재 상황을 전파했고, 행안부는 즉각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해 관계기관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전주시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인근 지역 주민 대피, 임시거주시설 준비 등 피해 확대에 대비했다. 시나리오 상 인명피해가 다수 발생하자 행안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범정부 총력 대응체계로 전환했다.

1차 화재 진압이 완료된 지하주차장 전기차는 지상으로 이동 시켜 무인파괴방수차와 이동식 소화수조를 활용해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이동식 소화수조에 물이 쏟아지자 차는 바퀴의 절반 높이까지 금세 물에 잠겼다.

이동식 소화수조 훈련에 참여한 한 소방대원은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배터리 온도를 점검한 후 물의 온도(약 20℃)와 같아질 때까지 수조에 담가놓는다”면서 “길면 최대 72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고층 고립자를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사다리차로, 옥상 대피자를 헬기로 구조한 후 인근 재난거점병원에 이송했다. 아파트 주민은 임시주거시설인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시켰다.

이상민 장관은 이날 훈련 종료 후 강평에서 “최근 전기차 화재로 인해 국민께서 불안하지 않도록, 이번 레디코리아 훈련을 통해 전기차 화재에 대한 정부 대응체계를 꼼꼼히 살폈다”면서 “앞으로도 실전형 합동훈련인 레디 코리아 훈련을 통해 대형·복합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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