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지음/생각정원/1만7000원 |
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서민 지음/생각정원/1만7000원
단국대 의대 서민 교수가 고대의 주술사에서 현대의 AI(인공지능)의학까지 세계사 지형을 바꾼 의학의 결정적 장면들을 담은 ‘서민 교수의 의학 세계사’를 펴냈다. 기생충의 이로움과 해로움을 들여다본 ‘서민의 기생충 열전’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한 저서다. 서 교수는 책에서 전쟁과 전염병보다 더 강한 것은 멸종을 막으려는 인간의 열정이었다고 강조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영국의 처칠 총리는 말했지만, 그는 ‘의학의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감히 말한다.
의학과 세계사의 변화를 알기 쉽게 전하기 위해 시간 여행인 ‘타임 슬립’을 사용했다. 1991년 알프스 산에서 발견된 신석기인 외치가 외계인과 함께 지병인 ‘심장병’을 고치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가장 의학이 발전했던 곳으로 날아간다. 풍부한 사례를 통해 독자들에게 의학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지식을 충분히 전달한다.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메리카 지역에서 의사를 찾고, 그들과 교류하며 의학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 살펴본다.
책에 따르면 ‘병’은 한 시대를 무너뜨렸고 세계사의 지형을 흔들었다. 중세시대에는 사제들이 의사가 아니었지만, 약초 등을 이용해 사람들을 치료했다. 의사보다 사제가 더 환자들의 신임을 받았다. 하나 유럽 인구를 죽음으로 휩쓴 흑사병 앞에서는 제아무리 사제라도 무력했다. 흑사병에서 구해달라고 사제들의 조언을 들으며 신에게 빌었지만, 흑사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학살’했다. 교회가 흑사병에 아무런 대처도 못 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교회와 신에 대한 믿음을 거둔다. 사제들의 사망률도 문제였다. 일반인의 사망률이 30%인데 사제의 사망률은 42~45%에 달했다. 환자를 치료하려던 이들이 치료는커녕 병에 걸려 죽었다.
흑사병은 신 중심의 세계를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신권이 하락하고 왕권이 강화된다. 흑사병 대유행을 끝낸 것은 신이 아니라 국가가 만들기 시작한 위생과 검역 절차였다. 검역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15세기 들어 유럽 각국은 방역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동시에 여행증명서도 발급했다. 일단 여행객이 다른 나라의 국경을 통과하려면 한 달 이상의 법적 검역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런 점에서 ‘병’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흑사병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생각을 발전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건강과 장수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된다. 전쟁이 없고 정치적으로 안정돼야 한다. 경제가 어려우면 기대수명도 낮아진다, 의료보험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나라는 국민의 기대수명이 낮다. 건강은 사람을 둘러싼 모든 조건과 환경이 갖춰졌을 때 확보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의학의 발전 뒤에 숨겨진 세계사를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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