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이 투 선데이’ 컬렉션으로 묶여
요일별 상황에 유머와 짠한 공감
“평범의 비범과 특별함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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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고 싶지만 아이가 셋인 40대 사내는 서두를 수밖에 없다. 출근길은 버스와 지하철을 바꿔 타며 2시간 동안 가야 하는 머나먼 여정. 귀갓길 유혹을 참지 못하고 막걸리 한잔 기울이다 주인의 지청구를 듣고서야 부스스 일어선다. 아이들의 끊임없는 재잘거림을 듣다보면 주말은 쏜살처럼 흐른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쳇바퀴처럼 돌고 돌기에, 아침마다 아내와 아이들과 작별하는 날들이 다가온다.
시사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하재욱(44) 작가는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배경 콘셉트 디자이너이자 팀장으로 일한다. 낮에는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지만 회사를 나서면 손바닥만한 노트와 펜을 쥔다.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그림과 글로 기록해 2013년부터 에스엔에스에 올려왔다. 간결한 선, 맑은 색채에 얹혀진 짤막한 글을 보면, 꼬마전구처럼 반짝 빛나는 유머에 웃다가도 어느 순간 짠해지며 먼지 나던 가슴이 촉촉해진다. 그의 그림에 눈독 들였던 삼인출판사 편집자들은 최근 3년간의 그림 수백편을 들여다보다 요일별로 주제를 나눠 묶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먼데이 투 선데이> 컬렉션의 탄생.
연말연시를 앞두고 1차분으로 나온 <아직도 화요일이야?>와 <인생은 토요일처럼>은 작가에게 가장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두 요일의 느낌을 담았다. 화요일은 더럽게도 시간이 안 가는 날. 월요일부터 마신 술 때문에 피곤하고, 이상하게도 지하철엔 빈 좌석이 없고, 쓸데없는 광고 전화까지 자꾸 걸려온다. 이자카야에서 혼술을 하면서 “평형수를 공급”하고(<안정적인 취침을 위한)>, 가사를 외우는 노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어떻게 내 생활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하며 슬퍼한다(<불쌍하게도>), 너덜너덜해져 귀가한 작가는 곤히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첫째는 국립대에 가서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게 하시고, 둘째는 얼른 자기 살길 찾아서 대학 가지 말게 하시고, 늦둥이 셋째는 첫째와 둘째가 벌어서 대학 등록을 감당하게 해달라”고 빈다(<가난한 아빠의 간절한 기도>).
그런가하면 토욜일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오전중 느지막히 일어나고, 일요일 교회에 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도 짧고, 가족과 함께 정신없이 보내기 때문에도 짧다. “토요일은 가족 안에 있어서 황홀한데, 모든 황홀한 순간은 짧다는 것이 문제다”. 마트 카트에 원하는 물건을 가득 넣고 “아빠 계산해, 내 생일선물”이라고 외치는 아이를 보며 기막혀하다가(<11월6일>), 늦둥이 셋째가 새삼스레 소중해진다. “두 개 사지 않았으면 결코 얻지 못했을 하나. 2+1”(<막내>).
그는 이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로 “평범의 비범함을, 범속함의 특별함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모든 개인에게 내재돼 있는 비범함을 무디게 만들어가는 시간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생활의 고단함에 살짝 덮인 틈새로 반짝 빛나는 나와 나의 이웃들을 발견하는 것을 저는 너무 사랑합니다”(작가 서문)
삼인 출판사는 다음달 안으로 <월요일은 너무해> <수요일은 아름다워> <금요일은 밤이 좋아> 3권을 내고 봄이 가기 전까지 <이게 다 목요일 때문이야>, <달콤 쌉싸름한 일요일>을 낼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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