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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AMI사업 말썽 왜 끊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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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원격검침인프라(AMI)사업 비리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특정업체 독점입찰 등 직원 비리 의혹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이를 보완해 2년 만에 사업을 재시도했지만 올해 사업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의혹으로 정부 사업계획 차질은 물론이고 관련 기업의 해외진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시급히 사태 파악에 나서고 사업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적극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AMI는 어떤 사업인가

AMI는 전자식 전력량계(스마트미터)와 전력선통신(PLC) 칩을 내장한 모뎀을 연결한 양방향 통신 기술이다. 이를 통해 자동 검침뿐 아니라 수요반응(DR)·실시간요금제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저압수용가(1800만호)에 AMI를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한전 주도로 2010년부터 10년간 총 1조1367억원을 투입, 국책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05~2008년까지 대전·대구·의정부 등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투입 예산만 약 700억원에 달한다. 사업 1차연도인 2010년에 200억원을 들여 50만가구에 AMI를 설치했다. 하지만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1차 구축한 AMI와 향후 구축 예정인 AMI 간 호환이 안 된다. 한전이 불완전한 성적서를 받은 제품을 사업에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PLC 칩 업체를 복수로 선정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번엔 시험장비 조작 의혹으로 사업은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한전 PLC칩 사용만 고집

업계는 한전이 자체 개발한 PLC칩만을 고집한다고 주장한다. 한전은 지난 2000년부터 1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PLC칩을 개발했다. 한전과 한전 자회사, 협력사 등이 공동 참여했다. 칩 업체인 A사는 2010년 사업에 칩 공급 독점 업체로 참여했지만 칩 상호운용성 미비로 판정됐다. 하지만 지금도 A사 칩 기반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상황이다.

특정 칩을 사용하기 위해 BMT 장비를 수정했다는 것이 이번 감사의 핵심이다. 장비수정에 참여한 B사 역시 A사 출신 연구소장과 개발자가 설립한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운용성이 떨어지는 부품을 검증 없이 국책사업에 사용하는 꼴”이라며 “한전과 관련 업체가 특정 칩만 고집하는 이유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투명성 확보해야

감사원 감사를 기점으로 장비조작 의혹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특히 감사결과를 토대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으면 국내 사업은 물론이고 해외 사업을 준비하는 산업계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지난 4월처럼 현재 상황에 국한된다면 미봉책에 그친다”며 “해외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PLC칩 타당성 검증 등 사업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4월 감사원은 잘못 보급한 50만호 분에 대해 호환이 문제된다며 한전과 한전 자회사에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사원 조치사항에 대해 한전 등은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지식경제부는 서둘러 한전을 포함해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를 통해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한 뒤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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