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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MT리포트]미봉책 '편의점 출점 제한'…업계 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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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편집자주] 불경기로 가게를 접는 자영업자들이 줄을 잇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창업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 뛰어 드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피말리는 전쟁은 거리 곳곳을 레드오션으로 만들고 있다.

[[자영업 과밀지도⑤]공정위의 첫 편의점 출점 규제…형평성 문제·시장 왜곡 등 부작용 우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업계가 내놓은 출점 규제 자율규약안을 승인했다. '편의점 4만개 시대' 과밀화로 인한 가맹점주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가 사실상 편의점 근접 출점을 제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2000년 편의점 업계가 타 브랜드 간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안을 내놓은 바 있지만,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철퇴를 맞고 사라진 바 있다.

공정위와 편의점 본사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편의점 자율규약 이행 선포식을 개최하고, 지난달 마련한 자율규약 이행을 약속했다. 자율규약의 주요 골자는 편의점 신규 출점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출점 어렵게 하기 위해 편의점 브랜드와 무관하게 지방자치단체 소관인 담배 소매인 거리제한(50~100미터)을 출점 기준으로 삼았다. 당초 가맹점주 단체가 요구한 250m에 못 미치지만, 명시적 거리 기준을 제시한 만큼 효과는 크다.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도 "거리 제한폭은 미흡하지만, 일단 자율규약이 만들어진 것은 환영한다"며 "무엇보다 이행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자율규약안과 관련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당장 출점 속도를 늦출 수 있겠지만, 형평성 문제와 시장 왜곡 등 부작용만 낳는 미봉책이라는 평가다.

한국유통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최영홍 고려대 교수는 "출점을 규제하면 독점적인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일부 고수익 상권에 있는 가맹점만 배 불리는 꼴"이라며 "편의점 시장 신규 진입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출점은 시장 경제에 맡기고 정부는 자영업자들이 가맹 사업 진출 단계에 있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편의점 포화 상태의 원인을 자영업자들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가맹점주 중에서는 공정위가 제공하는 정보공개서조차 확인하지 않는 자영업자가 수두룩하다는 것.

그는 "미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포화 상태인 가맹 사업에 대해서는 시장 진입 위험성을 매년 경고한다"며 "정부의 역할은 가맹 사업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고, 자영업자가 스스로 검토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편의점 본사는 자율규약으로 발생할 시장 왜곡을 우려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출점 제한은 결국 가맹점을 뺏고 뺏기는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면 본사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결국 기존 가맹점 지원 여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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