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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中企 10곳중 6곳 "내년 투자 계획없어…신규채용 꿈도 못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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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CEO 100명 설문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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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직원들에게 내년 설 상여금도 못 줄 판인데, 신규 인력 채용이 가당키나 하겠어요?"

지난 14일 경남 거제에 위치한 조선기자재 업체 A사 대표는 내년 신규 채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숨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몇 해째 이어져온 수주 가뭄으로 조선 현장에 일감이 없는 상황이고 현장근로 인력은 시급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잔업이 없어 기본급만 받아간다"면서 "조선 관련 중소업체들은 대부분 명절 상여금이 없어졌고 사정이 더욱 안 좋은 업체에서는 인력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국내 조선 업계가 글로벌 LNG선 발주를 싹쓸이하고 있다는 낭보가 이어지지만 수주 이후 건조까지는 1~2년이 소요되는 만큼 현장에서는 살아남는 게 관건이 됐다. 거제 조선소 인근에는 월급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 직원들이 원도급 업체의 책임을 요구하는 시위도 끊이지 않는다.

거제에 소재한 대형 조선소 하도급 업체에서 일하는 30대 근로자는 "다니고 있는 회사가 지난해 대형 조선소에서 분사한 업체라 대기업에서 어느 정도 물량을 보장해주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몰라 고용 상황이 불안한 것 같다"면서 "번화가였던 거제 고현 상권은 예전에 비하면 썰렁한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말했다.

조선·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불확실성과 얼어붙는 내수 경기로 인해 내년도 중견·중소기업계의 고용 창출 여력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경제신문이 중견·중소업체 1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에 이르는 46곳이 내년도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미정이라고 응답한 업체 20곳에 응답하지 않은 2곳까지 합친다면 신규 인력 채용의 어두운 전망이 68곳까지 올라간다.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32곳에 그쳤다.

채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 중 절반이 넘는 32곳이 '인건비 부담'(55.2%)을 꼽았다. 회사 실적 위축(27.6%), 청년 인력 채용난(8.6%)이 뒤를 이었고 인력 축소 계획이 있다고 밝힌 업체도 6.9%가 됐다. 인건비 부담은 2년 연속 10%가 넘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회사 실적은 나빠지고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도 신규 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요소다.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한 중견업체는 최근 매출이 늘고 있음에도 채용 확대를 망설이고 있다. 몇 명만 더 채용하면 상시근로자 300인을 넘어가는데, 그러면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시근로자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노동비용은 늘어나는데 노조의 입김이 세 한 번 고용하면 해고하기도 쉽지 않아 기존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일단은 상시근로자 300인 이하를 유지하면서 주 52시간 근무제에 적응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등 플랜트에 들어가는 내화·단열재를 생산하는 또 다른 중견업체도 최근 해외 사업이 활발하지만 채용 계획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수주 후 납기 안에 생산·설치를 완료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근무 체제에서는 도저히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채용 계획이 있는 중견·중소업체들도 소규모 채용을 예정하고 있어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규 채용 규모를 묻는 질문에 답한 기업 중 87.5%에 달하는 35곳이 1~4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혀 가장 압도적이었다.

기업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 계획은 더욱 암울하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 업체의 60곳이 내년도 신규 설비투자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미정이라고 답한 업체는 23곳이었으며, 설비투자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17곳에 그쳤다. 내년도 신규 R&D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52곳은 '없다'고 답했으며, '미정'이라고 답한 업체는 14곳이다. 반면 R&D 투자 계획이 있다고 답한 업체는 34곳이었다.

경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완성차 협력업체는 국내외 공장 모두 물량이 급감해 공장 가동률이 대폭 떨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정체된 데다 생산비용 상승으로 제조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어 설비투자 확대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해외에서도 글로벌 기업 납품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기존 협력업체보다 기술력이 뛰어나거나 단가를 대폭 낮춰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기획취재팀 = 서찬동 차장(팀장) / 안병준 기자 / 조성호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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