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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청와대의 일부 첩보보고서 폐기는 실정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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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특감반 업무 외 보고서는 폐기했다” 설명에

법조계 인사들 “무단 폐기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윗선에 보고 안 됐다’ 강조하려다 법 위반 간과한 듯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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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첩보보고서 일부를 폐기했다고 설명한 데 대해 법조계에서 “공문서 내지 공공기록물을 무단 파기했다면 위법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7일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사찰 의혹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특별감찰반의) 업무 영역을 벗어나서 가져온 첩보는 다 폐기했다. 전직 총리, 민간 은행장에 대해 그 당시 첩보가 왔지만, 민정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폐기 처분했다”고 말했다. 또 “특감반원들이 올린 보고는 사무관, 반장, 비서관의 데스킹 과정을 거치면서 불필요하거나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것들은 그 단계 단계에서 폐기된다”며 “(문제가 된) 김 수사관이 만들었다는 초안, 원본은 현재 민정에서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청와대는 18일 브리핑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오자 “폐기에는 특별한 절차가 필요 없다. 반장이 받아서 이게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적법한 자료다, 신빙성이 있는 자료라면 위로 보고하고, 반장 선에서 그 자료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과거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이날 “청와대가 특별감찰반원들의 첩보 보고서를 임의로 폐기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공공기록물의 무단 폐기를 금지하고 있는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6급 직원의 보고서라도 공무원이 공무로 작성한 문서에 해당하므로 함부로 폐기해서는 안 된다는 게 공공기록물관리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뿐 아니라 공문서의 서류 손괴를 금하고 있는 형법 조항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록물관리법을 보면,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접수한 기록물”(제2조)을 “무단으로 파기한 자”(50조 1항)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공공기록물은 국가기관·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등에서 업무와 관련해 생산·접수한 문서·대장·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 자료를 말한다.

실제 적용 사례도 있다.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9월18일 청구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구속영장에 이 혐의를 적시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근무를 마치면서 휘하 재판연구관들의 검토 보고서, 판결문 초고 등을 가지고 나와 보관하다가 검찰이 제출을 요구하자 출력물은 파쇄하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했다며 이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형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를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는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공용서류 등의 무효, 공용물의 파기’ 조항(제141조) 위반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특감반 업무 범위를 벗어난 첩보보고서는 조국 민정수석이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윗선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폐기했다고 설명한 듯한데, 그런 행위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은 미처 살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첩보보고서 폐기가 위법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법률엔 없지만 판례를 보면 청와대는 대통령 보좌기관이기 때문에 (공공기록물은) 비서관급 이상의 결제가 있는 문서에 해당한다. 첩보 문서 폐기는 이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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