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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中 개혁개방 유공자' 마윈 등 100명 수상자 정치적 함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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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터넷 3인방(BAT) 창업자인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이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유공자로 선정돼 표창을 받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1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경축 행사'에서 중국 발전에 기여한 당⋅정⋅군⋅학⋅체육계 등의 인사 100명에게 메달과 상장을 수여했다. 상장을 받은 수상자들은 ‘중국 개혁 개방 선봉 증서’라는 글이 적힌 빨간 색 표지의 상장을 내보였다.

왕후닝(王滬寧) 상무위원은 ‘공산당과 국무원(중앙정부)의 개혁개방 걸출 공헌 인사 결정문’을 낭독했고, 이어 진행자가 100명을 일일히 호명했다. 고인이 됐거나 출장으로 빠진 일부 인사를 제외하곤 현장에서 모두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100명 명단은 지난 11월 26일 인민일보를 통해 후보자로 공개됐었다. 11월 30일까지 공개의견을 수렴해 최종 확정한 이 명단엔 ‘BAT’의 창업자를 포함해 17명의 민영기업인이 포함됐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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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중국 개혁개방 유공자가 됐다. 중국 지도부가 18일 개혁개방 걸출 공헌 인사 100명에게 수여한 표창장을 받았다. /중국 관영 CCTV 캡처


기업인 가운데 가장 먼저 호명된 사람은 마윈 회장으로 5번째였다. 디지털 경제 혁신자라는 수식이 붙었다. 6번째로 호명된 마화텅 회장에게는 인터넷 플러스 행동의 탐색자라는 평가가 붙었다. 실리콘밸리에서 귀국해 창업한 리옌훙 회장은 해귀(海歸) 창업 보국 과학기술 혁신 추진 인사로 묘사됐다. 중국의 인터넷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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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화텅 텐센트 회장이 중국 지도부가 18일 개혁개방 걸출 공헌 인사 100명에게 수여한 표창장을 받았다. /중국 관영 CCTV 캡처


민영자동차공업 개방발전 우수 대표로 리수푸(李書福) 지리자동차 회장이, 전자산업 국제시장 개척자로 리둥성(李東生) TCL 회장이, 민영기업 대표로 류융하오(劉永好) 신시왕 창업자가 표창을 받았다.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를 일군 류촨즈(柳傳志) 레노버 창업자와 중국 유명 가전업체 메이디의 허샹젠(何享健) 창업자, 장루이민(張瑞敏) 하이얼 회장도 수상자에 포함됐다.

마윈은 이번에 수상자에 포함되면서 공산당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마화텅 리옌훙 리수푸 등은 특정 당파에 속하지 않은 무당파 인사다.

홍콩 기업인도 수상자에 들어갔지만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 허치슨왐포아 창업자는 빠져 눈길을 끌었다. 리 창업자는 중국 부동산을 대거 처분하고 영국 등 해외에 투자해 시 주석의 눈 밖에 났다는 설이 계속 돌았었다.

한때 중국 최고 부호였던 다롄완다의 왕젠린(王健林) 회장도 포함되지 못했다. 완다에는 시 주석의 누나 부부가 투자했다가 상장 직전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시 주석으로선 ‘공개하고 싶지 않은 관계’에 있다. 특히 완다는 해외 부동산과 엔터테인먼트 투자로 중국 당국의 대출 억제 대상에 올라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완다는 중국 최대 쇼핑몰 개발업체로, 다른 부동산업체 부호들도 수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부동산 개발을 바라보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학자로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박사 지도교수로 알려진 리이닝(勵以寧) 베이징대 교수와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교수등이 포함된 반면 원로 경제학자인 우징롄(吳敬璉)이 빠졌다. 리이닝과 린이푸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옹호하는 인사들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강조해온 우징롄과 차이를 보인다.

20년 전 자유주의 성향의 '중국 경제학자 50인 포럼'을 세운 우징롄은 지난 11월 중국 지도부에 정치적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 시장 지향 개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징롄은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남순강화를 계기로 개혁개방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당시 그 개혁을 맡아 주도했던 저명 경제학자이다. 시장의 자원배분에 대한 결정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일정 한계를 두는 현 중국 지도부의 색채를 엿보게 한다는 지적이다.

안후이(安徽)성 샤오강(小崗)촌 농민 18명도 수상자에 포함됐다. ‘다바오간(大包幹)’, 즉 땅과 농기구를 나눠 각자 농사를 지은 뒤 의무할당량을 인민공사에 내고 남은 수확을 각자가 갖는 개별영농의 길을 선택해 중국 농촌 개혁은 물론 중국 개혁개방의 변곡점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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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 개방 40년 걸출 공헌 인사 표창장 수상자로 선정된 샤오강촌의 개혁자 18명/중국 관영 CCTV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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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스타 야오밍(姚明)도 수상자에 포함됐다. 중국농구협회장이자 미국프로농구(NBA) 유명 선수 출신인 야오밍은 스포츠 분야 교류·개방의 우수 공로자로 선정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중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쉬하이펑(許海峰),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랑핑(郞平),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투유유, 중국의 핵무기 개발 사업을 이끈 과학자 청카이자(程開甲)도 이름을 올렸다.

중국 지도부는 이날 또 외국인 10명에게 중국 개혁 우의상을 수여했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고 리콴유 전 총리 등이 받았다. 베이징 올림픽 선정에 도움을 준 사마란치와 덩샤오핑을 비롯해 역대 중국 지도부에 개혁개방 자문을 해준 리콴유에 대한 답례라는 평가다.

일본인으로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 마쓰시다(현 파나소닉) 창업자와 오오히라 마샤오시(大平正芳) 전 일본 총리 등 2명이 선정된 것도 눈길을 끈다. 마쓰시다는 덩샤오핑이 처음으로 해외방문국으로 일본을 찾았을 때 투자를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여 중국에 투자했다. 1989년 텐안먼 사태로 서방이 등을 돌릴 때 마쓰시다는 공장을 철수하지 않았다. 중국 개혁개방 참여 국제 유명기업 선도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오오히라 전 총리는 중일 수교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중인 가운데 모리스 그린버그 전 AIG 회장이 중국의 대외경제무역 협력 추진 및 중미 우호 기업인으로 수상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시 주석 연설 전부터 개혁개방 시발점 선전과 베이징의 실리콘밸리 중관춘 등의 변화를 소개하는 특집방송을 통해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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