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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예멘 내전, '고지전' 양상 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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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호데이다에서 정전 합의가 시행된 지 불과 몇 분 만에 전투가 재개됐다. 예멘 내전이 일종의 ‘고지전’ 양상을 띨 조짐을 보이면서 ‘21세기 최악의 인도적 재앙’을 막기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향신문

한 예멘 남성이 지난 11월15일 한 병원에서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영양실조로 사망한 딸의 팔을 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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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18일(현지시간) “예멘 내전에서의 정전 합의가 이날 0시 발효된 직후 수 분 만에 깨졌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현지 주민을 인용해 “정전 합의가 시행된 직후 호데이다의 동쪽 지역에서 총격과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FP 통신도 예멘 정부군 관계자를 인용해 “호데이다 항구에서 산발적인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 측은 지난 13일 스웨덴 림보에서 호데이다 등 일부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을 중단하고 21일 내에 병력을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또 유엔의 주도로 양측이 참여하는 공동경비위원회를 설치해 이 과정을 감독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양측은 공격을 재개했고, 전날까지 격렬한 전투가 이어졌다. 지난 14일부터 3일 동안 발생한 전사자만 12명 이상, 부상자도 25명이 넘었다. 알자지라는 “전날 밤 정전 합의 발효 시점을 앞두고 공격이 진정되는 듯 했으나 자정을 넘긴 이후에도 여전히 기관총 소리가 들리고 있다”며 “이는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깊이 자리 잡은 불신과 호데이다의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후티 반군은 2014년 내전 발발 직후 예멘의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점령했다. 반군은 이후 이 항구에서 거둬들이는 물류세 등으로 전비를 충당해오고 있다. 이란으로부터 물밑 지원을 받는 무기들도 이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절대로 내어줄 수 없는 보루다.

예멘 정부와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에게 이 항구는 반드시 차단해야 할 ‘반군의 자금줄’이다. 반군이 점령 중인 예멘 수도 사나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정전이 이뤄지기 전 어떻게든 이곳을 빼앗아 승기를 굳히려는 예멘 정부 측과 어떻게든 버티려는 반군 사이에서 일종의 ‘고지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고지전이 길어질수록 금세기 최악의 인도적 참사가 현실화할 우려도 커진다는 것이다. 호데이다 항구는 예멘으로 들어오는 수입품과 구호품 70% 이상이 들어오는 곳이다. 특히 식량의 90%를 수입하는 예멘에 이 항구는 생명줄 그 자체다. 그러나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후티 반군에 대한 이란의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항구를 봉쇄했고, 이는 극심한 식량난을 촉발했다. 특히 호데이다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전이 격화된 지난달부터는 항구의 물류량이 다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항구에 대한 봉쇄를 풀고 항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전 합의 이행이 시급하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정전 합의 이후 지난 나흘 간 양측은 전투를 지속했다”며 “평화협상 초기부터 정전 합의가 이행될 것으로 기대했던 이는 많지 않았다”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예멘인 800만명 가량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 수가 14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3년 간 5세 미만의 예멘 영유아 8만5000명 가량이 굶주림과 질병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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