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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가야무덤에 담긴 우주… 1500년 만에 빛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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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말이산 아라가야 고분서 ‘별자리’ 덮개돌 첫 발견
한국일보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에서 발견된 덮개돌. 붉게 칠해진 돌에 125개 성혈이 새겨져 별자리를 나타내고 있다. 성혈의 크기와 깊이를 각각 달리 해 별의 밝기를 표현했다. 오른쪽은 전갈자리, 왼족은 궁수자리로 볼 수 있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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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야 왕의 무덤으로 여겨지는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에서 ‘별자리’가 새겨진 유물이 발견됐다. 무덤 천장 한복판에 놓인 덮개돌에 있는 별자리로 가야 무덤에서 별자리가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아라가야의 천문사상을 유추할 수 있는 획기적인 유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문화재청은 함안군과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이 조사 중인 경남 함안군 가야급 도항리 936번지 ‘함안 말이산 13호분’(사적 515호)에서 네 벽면을 모두 붉게 채색한 구덩식 돌덧널무덤 덮개돌에서 별자리 125개를 찾았다고 18일 밝혔다. 13호분은 말이산 고분군의 중앙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고분이다. 직경 40.1m에 높이 7.5m로 아라가야 최대급 고분이다. 일제강점기인 1918년 야쓰이 세이이쓰가 한 차례 조사한 적이 있으나 본격 발굴은 아니고 유물만 수습했다.

100년 만에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13호분은 주칠(주칠)고분(붉은 채색을 한 고분)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무덤방 내부 벽면 4개 모두 점토를 먼저 바르고 그 위에 적색 안료를 칠했다. 붉은 채색고분은 돌방무덤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돌방무덤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돌덧널무덤에서 주칠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무덤방은 길이 9.1m, 높이 1.8m로 역시 최대급 규모로 수습한 유물 연대로 추정했을 때 5세기 후반대 축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무덤방을 덮은 덮개돌 아랫면에 125개 별자리인 성혈(星穴)이 발견됐다. 성혈은 크기와 깊이가 각각 다른데, 이는 별의 밝기는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성혈이 새겨진 면을 무덤방 중앙부에 배치한 것을 봤을 때 무덤을 축조할 때부터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사단은 “성혈이 고분 덮개돌 윗면에서 아주 드물게 발견되기는 하지만, 무덤방 안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옛 아라가야인들의 천문사상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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