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 체급 맞게 채권시장 평가 조정"
자금조달 비용 감축, 재정·환율 안정성 제고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영향↑ "대응 필요"
그래픽=신동준 기자 |
한국이 4수 만에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인정으로 선진 채권 대열에 합류하면서 국채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경제의 대외적 신인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WGBI 추종자금이 대거 국채로 유입돼 정부·기업 자금조달 비용이 줄고 외환시장 유동성과 안정성은 커질 전망이다.
세계적 시장지수 산출기관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8일(현지시간) '2024년 10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를 발표하며 한국을 WGBI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참가자 준비를 위해 유예기간 1년을 두고 내년 11월부터 실제 지수반영을 시작한다. 런던 증권거래소 그룹(LSEG) 자회사인 FTSE 러셀의 WGBI는 26개 주요국 국채가 편입된 선진채권지수로 블룸버그-버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그간 국내총생산(GDP) 10위 국가 중 편입되지 않은 건 한국, 인도뿐이었다.
한국의 이번 WGBI 편입은 2022년 9월 관찰대상국 지위에 오른 뒤 네 번째 도전 만의 성과다. WGBI 편입엔 국채 발행잔액(액면가 기준 500억 달러 이상), 신용등급(S&P 기준 A- 이상), 시장접근성(레벨2) 3개 요건이 필요하다. 한국은 관찰대상국 지정 때부터 정량조건인 국채 발행잔액과 신용등급은 충분했지만, 정성조건인 시장접근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에 일부 불편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에 올해 제3자 외환거래 허용·외환거래시간 연장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 개통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 FTSE 러셀은 "국채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도개편을 추진해 시장접근성 레벨2의 기준을 충족했다"고 명시했다.
최상목(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FTSE 러셀의 한국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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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도쿄, 홍콩, 런던, 싱가포르 등 현지 국채 투자기관을 여러차례 찾아 제도 변화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고 피드백을 반영한 점도 높이 평가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설명회에서 "자유시장경제 기조 아래 국제 기준에 맞게 일관된 외환·자본시장 개혁을 추진한 것이 인정받아 우리 채권시장 평가가 경제 체급에 맞게 조정됐다"고 강조했다.
한국 편입비중은 2.22%로, 편입국 중 9번째로 큰 규모다. 2조5,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WGBI 추종자금 중 560억 달러(75조 원) 상당의 유입이 예상된다. 앞서 한국금융연구원은 WGBI 편입으로 500억~600억 달러가 들어오면 0.2~0.6% 금리인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등급이 비슷한 국가 대비 높은 금리를 지불하는 소위 ‘원화채 디스카운트’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금리가 낮아지니 정부·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감축된다. 지수편입에 따른 자본유입 확대는 미래 예상치 못한 지출이 필요할 때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재정 안정성 향상과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향후 국가 채무 비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긍정적"이라며 "지표 역할을 하는 국채금리가 낮아지면 파급 효과로 회사채나 대출금리도 하락하고, 외국 자금 유입에 원화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채시장 개방도가 높아져 세계 금융시장에 더 영향받게 되는 면도 없지 않다. WGBI 추종자금은 단기적인 금리 수익을 위한 자본이 아닌 장기적인 소극투자(passive) 자금으로 유출입 변동성이 낮고 예측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WGBI는 명시적 퇴출 조항도 포함하고 있어 국가 신용등급 하락 등 최악의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을 초래할 수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외국인 투자자 국채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만큼 자칫 휘둘릴 가능성도 있어 선진적 기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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