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잠식 등 재무 취약 기업에 2조 이상 보증
"좀비 기업 연명하느라 정상 기업 피해 우려"
신용보증기금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
정책 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신보)이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에 보증을 서 준 규모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연명하기 위해 보증 지원을 늘리다 보니 정작 대출이 필요한 성장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보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8월 기준 신보는 167개 한계기업에 1,164억 원(잔액 기준)의 보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대비 규모가 21% 늘었으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571억 원)과 비교하면 2배 증가했다. 한계기업이란 재무구조가 취약해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금융비용)를 넘기지 못한 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으로, 흔히 '좀비 기업'이라고 말한다.
신보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책보증을 서줘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보의 보증을 받은 기업이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신보가 보증 비율만큼 대신 금융권에 갚아준다. 신보가 올해 상반기에만 대신 갚은 규모만도 1조4,000억 원에 이른다. 공공기관의 보증으로 환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권은 담보가 부족한 부실기업에도 대출을 내주는 상황이다.
신용보증기금의 한계기업에 대한 보증 규모. 그래픽=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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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의 보증지원 대상 중 아직 한계기업에 이르지 않았지만, 이미 경영상 어려움에 빠진 기업도 상당하다. 지난해 차입금 규모가 매출액을 넘어섰거나, 자본 잠식 상태, 이자보상배율 1 미만 등 재무 상태가 매우 악화한 기업 3,763개는 신보로부터 2조3,734억 원 규모의 보증 지원을 받았다. 이 역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1.7% 늘어난 규모다. 올해도 정부가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피해 기업을 지원한다며 신보와 기업은행을 통해 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한 만큼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대한 보증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신보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만기 연장, 상환유예조치 등 정부의 채무조정 정책을 이행하면서 한계기업의 보증 잔액, 업체 수가 증가했다"며 "한계기업은 원칙적으로 신규 보증 지원이 중단되고, 이용 중인 보증에 대해서는 장기 분할 해지를 위한 특별약정을 체결해 해지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신보의 보증지원으로 수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시장에 계속 머물면서 정상기업으로 인적·물적 자원 이동을 제약하는 등 노동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계기업들의 폐업 등 비용 부담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면서 환부만 도려내는 세밀한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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