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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원어민이 번역해 준다더니"..엉터리 번역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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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부산에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 해외 학술지에 실릴 논문을 작성한 A씨는 서울 서초구의 한 업체에 논문 번역을 의뢰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원어민 번역가에게 해당 논문의 번역을 맡기겠다는 업체의 설명에 A씨는 마음 놓고 번역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얼마 뒤 논문 번역본을 받아본 A씨는 검수를 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원어민 번역가가 수행했다는 번역 논문에는 기본적인 문법조차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전문용어도 엉터리로 번역돼 있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A씨는 ‘구글 번역기’로 자신의 논문을 번역한 결과, 업체로부터 받은 번역본과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핌

피해자 A씨가 업체로부터 받은 번역본(왼쪽)과 구글 번역기를 통해 확인한 번역 결과의 모습. 둘 사이에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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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해외 학술지에 엉터리 번역본이 실릴 뻔했던 A씨는 업체에 항의한 끝에 제대로 된 번역본을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대학원의 다른 선후배들도 번역업체에서 엉터리로 번역을 해 줘 낭패를 당한 경우가 있었는데 나도 이런 피해를 입을 줄은 몰랐다”며 “대학원생에게는 학위 취득 등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논문인데 업체들이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 엉터리로 번역을 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국내 번역업체들이 전문가를 통해 번역해준다고 속인 후 ‘구글 번역기’나 ‘네이버 파파고’ 등으로 번역을 해주는 등 엉터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한국산업번역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2015년 기준 총 1000여개의 번역업체가 운영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연간 약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통상 번역업체에 문서 번역을 의뢰하면 A4용지 1장당 1만원에서 많게는 8만원까지의 이용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전문번역가가 아닌 인터넷 번역기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국내 번역업체 중 법인회사는 15개 미만으로 대부분 영세 번역업체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업체에서 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문번역가를 다수 확보한 것처럼 홍보한 후, 실제로는 번역가가 아닌 구글 번역기나 네이버 파파고를 이용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 업체들이 번역본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리고 번역가가 이 같은 인터넷 번역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년차 프리랜서 번역가 B씨는 “영세업체의 경우, 빨리 번역만 해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번역이 제대로 됐는지 검수하지 않는 것은 물론 검수할 능력도 없는 곳이 많다”고 귀띔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번역기를 사용한 자체는 범죄성립이 되지 않지만, 전문번역가를 통해 번역을 해준다고 속인 후 인터넷 번역기를 사용하면 사기죄에 해당된다”며 “번역문서를 받은 후에는 반드시 검수하고 피해 사실을 인지했을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bong@newsp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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