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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美 CBS, ‘성추문 사임’ 前CEO에 퇴직금 1355억원 안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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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미국 지상파 방송사 CBS 레슬리 문베스<69·사진> 전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1억2000만달러(약 1355억)의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CBS 이사회는 17일(현지 시각) 문베스에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사측은 문베스가 저지른 고의적이고 중대한 직권남용, 회사 정책 위반, 고용 계약 위반과 회사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기 위한 의도적 행동 등을 충분히 알게 됐고 조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지난 9월 문베스가 ‘성 스캔들’로 인해 사임하고도 CBS로부터 거액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공분을 샀다. 이에 CBS는 문베스에 대한 의혹과 사내문화를 수사하기 위한 자체 조사단을 꾸려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를 검토한 결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1월 발행된 보고서 초안은 문베스가 "1995년 CBS 사장이 되기 전 부터 또 사장이 되고 나서도 여러 군데서 강제적 성행위를 해왔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에는 문베스가 조사관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에 대한 회유 시도 폭로 문서를 삭제하는 등 사내 정책을 위반한 증거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문베스는 이사회의 이번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CBS와 법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CBS의 ‘내부 조사’ 공개로 인해 계약상 비밀유지 조건이 위반됐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문베스의 변호사인 알렉산더 레반더는 성명에서 "CBS 이사회의 결론은 예견된 것이며,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했다.

문베스는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문베스는 1990년대 ‘ER’과 ‘프렌즈’를 포함한 수많은 히트작을 제작했고 CBS 사장으로 부임한 후에는 ‘빅뱅이론’ 등 인기작으로 최하위권이던 CBS 채널 시청률을 1위로 끌어올리며 탁월한 경영자라는 평도 들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여성 12명이 미국 잡지 뉴요커에 문베스가 회의 중 자신에게 강제 키스하는 등 성희롱·성폭행 했다고 폭로하면서 문베스의 화려한 경력도 막을 내렸다. 당시 뉴요커는 (문베스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성추문이 있는 남성 직원이 승진하는 등 CBS 내부에도 부적절한 행위가 만연하다고 30명이 넘는 전·현직 직원이 증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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