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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일본서 ‘유전자 궁합’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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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내 면역 담당 ‘HLA유전자’ 서로 비교…다른 사람끼리 결혼하면 ‘면역력 강한 아이’ 출생

아시아경제

(사진=NHK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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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유전자를 비교해 서로 궁합이 맞는지 알아보는 ‘곤카쓰(婚活·결혼에 필요한 활동)’가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각광 받고 있다고 NHK 방송이 17일 소개했다.

유전자 차원에서 서로 찰떡 궁합인지부터 알아내 맞선을 보거나 교제하는 것이다.

‘DNA 곤카쓰’로 불리는 이 방법은 사전 유전자 검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상대방과 궁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 0~100%로 표시한 자료만 갖고 맞선을 보거나 교제하는 방식이다.

남녀가 마주한 테이블에는 숫자가 적힌 카드가 놓인다. 숫자는 서로의 DNA 궁합을 표시한 것이다.

수치가 70% 이상이면 ‘궁합이 좋은 것’으로 본다. 마주 앉은 남녀는 연령, 직업, 연간 수입 등을 묻거나 밝히지 않고 DNA 궁합만으로 교제하는 게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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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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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궁합이 정말 있을까. 곤카쓰 서비스 업체들은 인체 내 면역 담당 ‘HLA유전자’를 근거로 든다. 1만개 이상인 HLA유전자의 형태가 ‘닮지 않은’ 남녀일수록 궁합이 잘 맞고 ‘닮을수록’ 궁합이 좋지 않다는 게 서비스 업체들의 설명이다.

인간은 HLA유전자의 차이를 냄새로 감지한다. 스위스의 한 연구진은 남성이 이틀 동안 입은 티셔츠의 냄새를 여성에게 맡게 한 뒤 느낌이 어떤지 답하도록 주문했다.

그 결과 여성은 자기의 HLA유전자와 닮지 않은 남성의 냄새에 마음이 끌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HLA유전자가 서로 닮지 않은 남녀가 결혼하면 면역력 강한 아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점이 서로 찰떡 궁합인가 아닌가라는 감각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행동 전문가인 야마모토 다이스케(山元大輔) 정보통신연구기구 수석연구원은 “유전자와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마음의 움직임도 일정 유전자로부터 지배 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약 5년 전부터 스위스와 미국에서 DNA 곤카쓰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에서 영업 중인 DNA 곤카쓰 서비스 회사는 4개다.

이들 업체 가운데 20~30대 여성 약 200명이 등록한 한 기업은 소개료 말고도 수만엔에 이르는 검사비만 내면 DNA 궁합으로 상대를 소개해준다.

바야흐로 과학으로 결혼 상대를 고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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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HK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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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대를 효율적으로 찾아내려는 경향은 젊은 세대에서 특히 강하다. DNA 곤카쓰도 20대 이용자가 늘고 있다.

인터넷 등을 활용한 남녀 연결 서비스 시장 규모는 올해 374억엔(약 3700억원)에 이른다. 이는 3년 전의 3배가 넘는 규모다. 5년 뒤에는 852억엔까지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곤카쓰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일본 주오(中央)대학의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교수(가족사회학)는 일본의 20∼30대에 대해 “거품붕괴 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안전지향성이 강한데다 빨리 결혼해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어한다”며 “DNA 곤카쓰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서비스여서 일단 이용하고 보자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현대는 연애를 즐길 여유가 없어진 사회”라는 것이다.

야마모토 연구원은 “궁합과 유전자의 관계에 어느 정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 부부 관계의 지속 여부에 여러 변수가 있으므로 DNA 궁합은 참고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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