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 공격 이어 군기지 탱크로 강제 진입
국제사회 비판 커지자 헤즈볼라 땅굴 공개
‘하마스 인간방패설’ 주장했던 이스라엘,
이번엔 유엔 기지가 ‘헤즈볼라 방패’ 주장
“쓸모없는 부대, 방해 말라” 유엔군 철수 요구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인이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에 위치한 유엔 평화유지군(UNIFIL) 기지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UNIFIL 기지 정문을 탱크로 부수고 강제 진입해 유엔의 거센 비판을 샀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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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지상전 과정에서 유엔 평화유지군까지 공격해 논란을 일으켰던 이스라엘군이 이번에는 유엔 군기지 정문을 탱크로 부수고 강제 진입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은 유엔 기지 근처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땅굴이 있다며 헤즈볼라가 유엔 기지를 ‘은폐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년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학교·병원·난민촌을 무차별 폭격하며 하마스가 이곳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 삼고 있다고 주장해온 이스라엘군이 이번에는 유엔 기지가 헤즈볼라의 ‘방패’가 되고 있다며 공격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3일(현지시간) 오전 레바논 남부 접경지역에 위치한 레바논 지역 유엔평화유지군(UNIFIL·유니필) 기지 정문을 탱크로 부수고 강제 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UNIFIL 대원 5명이 다쳤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와의 지상전 과정에서 UNIFIL 기지에 포탄을 발사하는가 하면 평화유지군까지 무차별 공격해 인도네시아 국적 대원 2명 등 5명이 부상을 입은 바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빗발쳤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히려 작전 지역에서 평화유지군이 떠나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공개적으로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 레바논 유엔군 부상자 5명째···“당장 멈춰야” 국제사회 규탄 확산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10131621001
UNIFIL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라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에 주둔해 왔으며, 양국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50개국에서 파병 온 1만여명의 병력과 지원 인력이 이곳에 주둔하고 있다.
UNIFIL에 자국군을 파병한 40개국이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전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스라엘군이 이번에는 아예 기지 정문을 탱크로 부수고 들어가자 유엔은 “충격적인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은 기지 진입이 “고의적인 공격이 아니었다”며 인근에서 벌어진 헤즈볼라와의 교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유엔 기지로 “후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한발 더 나아가 유엔 기지 인근에 헤즈볼라의 땅굴과 무기고가 있으며 헤즈볼라가 유엔 기지를 ‘방패’로 쓰고 있다며 유엔군 철수를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UNIFIL 기지 인근 현장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일부 서방 언론에 공개하는 ‘지상전 미디어 투어’를 진행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WSJ은 이스라엘군이 국경지대 산비탈에서 2개의 땅굴 입구를 공개했고, 이곳에서 불과 90m 떨어진 곳에 있는 UNIFIL 감시 초소에 유엔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NYT도 땅굴과 채 20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UNIFIL 기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가자지구 북부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 진입 작전으로 국제사회 비판이 빗발치자 병원 부지에 하마스 땅굴이 있다며 외신에 현장을 공개한 바 있다.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은 탓이라고 주장해온 이스라엘군이 이번에는 유엔 기지가 헤즈볼라의 ‘방패’가 되고 있다며 유엔군 철수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촬영된 레바논 지역 유엔평화유지군(UNIFIL) 기지의 모습.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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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관리들은 국경을 따라 헤즈볼라의 무장 활동을 감시해야 할 평화유지군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유엔을 재차 겨냥했다. 더 나아가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은 UNIFIL이 헤즈볼라의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쓸모없는 부대”라고 비판하며 철수를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은 자국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며, 유엔이 이를 도울 수 없다면 최소한 간섭하지 말고 전투 지역에서 병력을 이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드레아 테넨티 UNIFIL 대변은 “우리는 모든 위반 사항을 안보리에 분기별로 보고하고 있으며 땅굴이나 무기고를 발견했다면 보고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엔에서 평화유지군 업무를 관장하는 장 피에르 라크루아 사무차장은 “유엔군은 이미 UNIFIL 주둔지 인근의 헤즈볼라 병력 존재와 이에 따른 이스라엘군의 공격 가능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이제서야 같은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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